
2023년 말 '파두 사태'를 시작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상장된 지 불과 1년도 안 돼 기업의 실적이 급격히 부진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거나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크게 하회하는 사례가 빈번한 탓이다. 특히 더본코리아 등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던 기업들이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상장 업무를 주관한 증권사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도마 위에 오른 증권사의 IPO 주관 역량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최근 예비 상장사들의 증권신고서에 대해 금융당국의 정정요청이 늘어난 것을 두고 기업공개(IPO) 주관을 맡은 증권사의 업무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두사태 이후 1년이 경과했음에도 IPO 기업들의 증권신고서의 정정이 속출하는 데에는 주관사의 책임도 크다는 이유다.
21일 증권업계에 올해 초부터 5월 중순까지 코스피(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증권신고서 정정은 스팩 상장과 발행조건 확정 후 정정을 제외하고 54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48건) 대비 6건 늘었다. 평균 정정건수는 2.2회로 2년 연속 동일했다.
파두사태 발발 전이던 2023년(1월~5월 중순) 정정건수 32건, 평균 정정건수 1.5건과 비교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상장 주관한 기업들의 증권신고서 정정은 올해 평균 3.25건으로 가장 빈번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5건으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으며 KB증권(1.75건)과 NH투자증권(1.6건)이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이 2023년(1월~5월 중순) 상장 주관을 맡은 기업의 증권신고서 정정 건수는 평균 2.2건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은 1.5건으로 집계됐다. 대형 하우스 중심으로 증권신고서 정정이 늘어나는 셈이다.
빈번해진 증권신고서 정정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기준 강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파두와 시큐레터 등 일부 기업이 상장 1년도 되지 않아 각종 논란에 휘말린 것이 IPO 심사 강화로 연결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이 늘었지만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난 느낌"이라며 "금감원 등의 빡빡해진 심사 기준에 부담감이나 피로감을 호소하는 기업 담당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IPO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기업 간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주관사의 대응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년 넘게 주관사로서 기업의 피로감을 해소하지 못한 것은 금융당국과 사전조율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방증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IPO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증권신고서 수정 사유 대부분이 자진정정으로 명시돼 있지만 실상은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압박으로 수정이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라며 "주관사가 당국의 IPO 심의 강화에 대응하지 못해 많은 기업들이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대응이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IPO 기업들은 주관사에 대한 불만도 여전한 상황이다. 상장사 관계자는 "수십년을 금융당국과 소통하며 기업 상장을 주관했을 증권사들이 하소연을 늘어놓는 것은 부족한 업무 역량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기업이 만족할 만한 투자 유치를 추진할 수 있도록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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