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공무원연금공단이 지난해 국내 3대 공적 연금(국민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무원연금)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환율 전략과 자산배분 원칙 등 안정성을 우선한 운용 기조의 영향이라는 평가다. 공무원연금은 1:1:1 자산배분 원칙을 유지하는 가운데 해외·대체투자 확대를 통해 점진적인 전략 전환을 시도할 전망이다.
◆ 환율 전략에 따라 갈린 수익률…'안전' 택한 공무원연금
지난해 공무원연금 중장기 자산 수익률은 7.5%를 기록했다. 내부 목표 수익률이었던 5.3%를 상회한 수치지만 같은 기간 15%를 기록한 국민연금과 11.63%를 기록한 사학연금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자산군별로는 ▲채권 4.3% ▲주식 13.6% ▲대체투자 4.6%로 각각 전년 수익률 대비 절반 가량 감소했다.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자산군은 해외 주식으로 28.4%(직접), 33.8%(위탁)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효과로 해외 주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면서 전체 수익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특히 직접 운용 부문은 지난해 처음으로 투자에 나선 영역임에도 두 자릿수 수익률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기간 해외 채권 수익률은 1.2%에 그쳤다. 동일한 해외 투자 자산임에도 주식 부문과 수익률 흐름이 엇갈린 것은 자산군별 환율 관리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 전반에 걸쳐 환율 변동에 노출되는 환오픈 전략을 적용해 환차익 효과를 적극적으로 수익률에 반영했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해외 주식 및 일부 대체투자에 한해서만 환오픈 전략을 적용하고 해외 채권과 채권성 대체투자에는 환헤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율을 일정 수준에 고정시켜 놓는 방식이다. 반면 환오픈은 환율 변화를 투자 자산의 수익률에 반영한다.
공무원연금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운용 철학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채권 부문에서 환차익 효과보다 변동성 통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에 환 오픈 전략을 취하는 다른 연기금에 비해 해외 채권 수익률이 낮게 나왔다는 설명이다.
동일하게 환헤지를 적용한 벤치마크 수익률(0.9%)과 비교할 경우 공무원연금의 성과는 이를 웃돈 수준이다. 단순 수익률 수치만 보면 타 연기금 대비 낮아 보이지만 환차익 효과가 제외된 기준으로 보면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는 평가다.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환율 전략은 각 자산군의 특성과 기금 운용 원칙에 따라 선택하는 사안이라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환율 효과를 제외한 기준으로 보면 해외 채권 부문의 운용 성과는 목표를 충분히 상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1:1:1 원칙 유지 속 '해외·대체투자' 확대 움직임
공무원연금은 백주현 기금운용본부장(CIO) 주도 하에 채권·주식·대체투자를 각각 1:1:1 비율로 운용하는 자산배분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연금 적립금이 이미 고갈돼 국고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만큼 손실 가능성을 줄이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에 자산군 간 비중을 크게 바꾸지 않는 안정적인 체계 하에서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기조 안에서도 자산군 내부 투자 구성에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전체 자산군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각 부문별로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은 해외 주식에 처음으로 30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진행했다.
위탁 운용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외부 리스크 요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일정 수준 이상 자산은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첫 투자 자산은 상장지수펀드(ETF)로 변동성이 낮고 안전하게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부터 시작했다.
공무원연금은 중장기적으로 전체 투자자산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35%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자산군 간 균형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 선택적으로 대체 및 해외 투자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연기금·공제회 전반적으로 대체투자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무원연금 역시 점진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운용 전략의 중심축을 맡아온 백 CIO의 임기는 올해 하반기 종료될 예정이다. 2022년 취임 이후 자산군 균형과 안정성 중심의 운용 철학을 기조로 삼아온 백 CIO의 후임에 따라 현재 전략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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