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카카오가 야심차게 준비한 첫 인공지능(AI) 서비스 '카나나'의 베타버전을 공개했으나 분위기 쇄신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적 회복과 브랜드 리빌딩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카나나는 오히려 카카오의 AI 전략 전반에 대한 시장 회의감을 낳았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카카오는 지난 8일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대화형 AI 서비스 '카나나'의 CBT(비공개베타테스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카나나'는 정신아 대표가 내놓은 첫 번째 야심작이자 카카오 AI 사업의 대표격인 서비스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카카오톡과 AI를 중심축으로 삼고 조직 개편과 사업 구조 재정비에 착수했다. 올 초에는 글로벌 빅테크 오픈 AI와 손을 잡고 '카카오만의 AI'를 선보이겠다 밝히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기대와는 달리 이날 카카오 주가는 3만7000원으로 전일 대비 1350원(3.52%) 하락했다. 주가는 한때 장중 3만690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1월(3만2550원) 이후 6개월 만의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된 실적 부진에 더해, 카나나가 시장의 회의적 시선을 반전시키기에는 부족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나나가 어떤 AI 차별성을 가졌는지, 수익화 전략이 명확한지에 대한 의문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며 "단순 기술 공개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은정 DB증권 연구원은 "그룹방 AI Mate는 새로운 개념이지만 카톡과 별개로 앱 설치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중화에 시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에는 이같은 시장의 평가가 반영돼 있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장부가치(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평가받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가치평가 지표로, 통상 PBR이 1배 아래면 저평가, 2배 이상이면 고평가로 간주된다. 카카오의 최근 3년 간 PBR은 ▲2022년 2.32배 ▲2023년 2.44배 ▲2024년 1.65배로 급감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추정치로 이보다 낮은 1.52배를 점치고 있다. 회사의 미래 성장성과 실적에 대한 기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경우, 카카오의 연간 ROE는 2022년 13.6%에서 2023년 -10.3%로 급락한 뒤 지난해 0.6%에 머물렀다. 업계에 따르면 IT 기업은 제조업처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고정비 대비 마진이 높아 ROE가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네이버의 ROE가 7.9% 임을 고려하면 부진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신종환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컨콜에서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ROE는 일회성 효과를 포함해 6.5%로,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개선됐다"며 "일회성을 제외하더라도 유의미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톡비즈 개선 ▲AI 분야 성장동력 확보 ▲경영 효율화를 통해 ROE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신 CFO는 "카카오 그룹의 계열사 수는 넵튠의 매각이 완료되면 104개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기자본 수익률이 높은 톡비즈의 성장을 재가속하며 마진율을 추가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AI에서는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회사의 ROE가 2022년 수준(13.6%)으로 도달하기에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카카오는 핀테크·모빌리티 등 신사업과 커머스(톡비즈), 콘텐츠 사업의 고성장에 힘입어 높은 ROE를 기록했다. 현재로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연결 회사의 부재와 콘텐츠 사업의 오랜 부침으로 시장 기대를 끌어올릴 추가 요소가 없는 상태다. 신사업으로 낙점한 AI 역할이 막중할 것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카카오 관계자는 "주가와 주주가치제고는 항상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라며 "작년 말 발표한 3개년 주주정책대로 연간 별도재무제표 기준 조정 잉여현금흐름(FCF) 대비 20~35%를 주주에게 환원함과 동시에 카카오톡과 AI라는 핵심 사업에 집중해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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