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SK에코플랜트가 SK그룹의 반도체 계열사 4곳을 편입했다. SK그룹 캐시카우인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통해 차후 진행될 기업공개(IPO)에 한층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됨으로써 그룹 내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곳을 편입한다. SK가 SK머티리얼즈 CIC 산하의 자회사 ▲SK트리켐(65%) ▲SK레조낙(51%)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51%)의 보유 지분을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이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에 대해서는 SK에코플랜트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한다.
이 같은 작업으로 내년 7월 예정된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에 한층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 편입되는 자회사 4곳은 머티리얼즈CIC 계열사로, SK그룹 핵심 사업인 반도체 관련 제조 전문 회사다. SK에코플랜트가 SK그룹 반도체 시설 공사 등 일감이 보장돼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관련 수익까지 더해져 탄탄한 수익창출 구조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1년 5월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까지 바꾸며 비즈니스모델을 전환하면서 IPO 추진을 위한 작업에 본격 나섰다. 이후 3조원 가량을 투자하며 환경과 에너지 사업군을 확대했지만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력 사업인 건설업의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경영난을 겪은 데다 환경 에너지 사업은 투입 비용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딘 탓이었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최근 3년 간 지분 매수 또는 인수 등을 통해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연결기업을 늘려갔다. SK에코플랜트의 연결기업은 2021년 37곳이었지만 2022년 104곳, 2023년 163곳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SK에코플랜트가 M&A를 통한 볼트온 전략으로 연결기업이 크게 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의 연결 기준 순이익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연결기업에서의 손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배회사지분순이익은 볼트온 전략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2022년 까지만 해도 6307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 2023년 997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 했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연결기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아 왔다. 지난해 연결 대상 기업은 141곳으로 줄었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미국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 어센드엘리먼츠 등 환경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자회사를 정리해왔다. 그 결과 지배회사지분순손실(-737억원) 규모를 줄이고 매각 대금으로 유동성도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기업을 정리하는 대신 고수익이 보장된 반도체 관련 기업을 편입하면서 대대적인 정비 작업을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1년 동안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 7곳 중 5곳을 편입했다. SK머티리얼즈는 특수가스·전구체·산업가스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 지난해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를 편입한 데에 이어 이번에 4곳의 자회사까지 자회사 대부분을 흡수한 셈이다. 단순 계산상 5곳 자회사 편입으로 창출되는 예상 매출액은 67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편입 대상 회사들이 SK에코플랜트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플랜트를 짓는 과정에서 사업 전반에 대해 협력할 수 있어서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제조 주요 공정 중 ▲포토공정 ▲식각공정 ▲증착 및 이온주입 공정 ▲금속배선공정 ▲패키지공정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와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공정인 OLED 증착 공정의 소재 공급 역량을 내재화 하게 됐다.
특히 SK에코플랜트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본격적인 공정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 효과를 낸 만큼 이번 편입을 통해 수익 규모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2023년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한 반도체 시설이 준공단계에 접어들면서 매출이 8273억원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에 힘입어 4조원대로 급증했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속 SK하이닉스가 20조원대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도 호재다. SK에코플랜트가 그룹의 전반적인 반도체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존재감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이번 편입으로 기존 반도체 관련 포트폴리오에 더해 반도체 소재 부문까지 강화하게 됐다"며 "반도체 종합 서비스 밸류체인을 갖추게 된 만큼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