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의약·화장품 원료 유통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신규 투자처인 원풍약품상사의 성장치 등 현안을 챙기며 보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추가 투자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풍약품상사에 대한 투자 목적이 수도권에 보유 중인 대규모 공장 부지 때문이 아니겠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도 있지만 김 회장의 행보가 이러한 의구심을 잠재우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타이어뱅크 계열인 '성공을만드는'은 지난해 연말 원풍약품상사 지분 70.29%를 획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원풍약품상사 창업주인 김성이 전 회장(35.0%)과 윤광현(35.29%) 전 대표가 보유한 주식을 300억원에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획득했다. 김 전 회장과 윤 전 대표는 산수(傘壽·80세)를 넘기게 되면서 원매자인 성공을만드는에 지분을 매각했다.
성공을만드는은 2017년 12월 설립된 업체로 부동산 매매·임대업(번영빌딩 등)과 플라스틱 제조·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조 시설은 확인되지 않지만, 한국플라스틱제조업협동조합 등 관련 단체에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도 폴리에틸렌 밸브 제조사인 폴리텍과 김치 제조·판매 업체인 선농종합식품을 100%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타이어뱅크 수장인 김정규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지분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반생인 김 회장의 세 딸에게 3분의 1씩 고르게 분배돼 있다. 장녀인 김승연씨(2001년생)와 차녀 김성연씨(2003년생)가 각각 33%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녀 김수연씨(2006년생)가 나머지 34%를 갖고 있다.

한 편에서는 김 회장이 원풍약품상사를 신규 투자처로 삼은 것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의약품, 화장품, 식품첨가물, 동물의약품 등의 원료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원풍약품상사와 타이어뱅크 간에 이렇다 할 접점이 없다는 점에서다. 특히나 비상장사인 데다가 시장에 크게 알려진 곳이 아니라는 점도 김 회장의 의사결정에 의구심을 더했다.
나아가 원풍약품상사가 보유한 부동산 때문이 아니겠냐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타이어뱅크는 500여개에 다다른 지점을 늘려나가고 있는 데다가 재고를 쌓아 둘 공간도 필요하다. 원풍약품상사가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발안공단로2길에 보유한 5839㎡(약 1766평) 크기의 공장 부지가 타이어뱅크 확장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측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김정규 회장의 투자 결정은 순전히 원풍약품상사 발전 가능성에 기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원풍약품상사 핵심 관계자는 "창업주들이 고령에 접어들면서 2023년부터 매각을 준비해 왔고, 때마침 적절한 시점에 김정규 회장이 매물에 관심을 보여 딜이 성사됐다"며 "향남공장을 타이어뱅크와 연계해 활용한다는 계획은 일절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세를 넓혀나가고 있는 터라 향남공장만으로는 캐파(생산물량)를 감당하기 어려워 증설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원풍약품상사 경영층을 향해 성장에 집중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올해 전년 대비 10%에 준하는 매출 증대를 실현해 달라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2년 연속 실적이 뒷걸음친 만큼 회복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2022년 사상 최대인 507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한 원풍약품상사는 2023년 472억원, 2024년 4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더불어 김 회장은 원풍약품상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원풍약품상사 핵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된다면 추가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며 "직원들의 복지를 개선하는 데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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