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시은 기자] 롯데그룹이 지난해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재무건전성 지표를 개선했지만 현금 유입이 없어 실질적인 재무 부담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롯데그룹은 향후 저성과사업 정리와 비효율 점포 매각 등 유의미한 수준의 사업구조 효율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민호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8일 열린 '롯데그룹 크레딧 이슈 점검' 웹캐스트에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주요 계열사의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자산 커버리지를 크게 확대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물산 등 주요 계열사 중심으로 우수한 입지의 장기 보유 부동산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지난해 자산을 재평가한 결과 그룹 합산 자산과 자본은 각각 17조3000억원, 13조원 증가했고 부채비율 143.2%로 크게 개선됐다.
특히 롯데쇼핑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29%로 2019년 리스 회계기준 도입 이후 처음으로 180%를 하회했다. 증가한 자산과 자본은 각각 9조5000억원, 7조2000억원에 달한다. 호텔롯데 또한 부채비율이 120%까지 하락했고 자산과 자본은 각각 8조3000억원, 6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서 연구원은 "그간 숫자로 확인되지 않던 롯데그룹의 보유자산의 실질가치가 드러났지만 그룹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금 유입 없이 표면적인 레버리지 지표만 개선된 것이고 그룹의 실질적인 재무 부담은 2022년 이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룹의 실제 유동성 위기나 차입 부담을 완화하는 데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금소요가 영업창출현금을 상회하는 것도 자금부족 기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서 연구원은 "롯데그룹은 2021년을 기점으로 확장적 투자 기조로 전환하면서 주요 계열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주요 신사업 신규투자 성과는 부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합산 투자 규모는 2020년 약 3조원에서 2023년 6조7000억원으로 확대됐고, 지난해에도 5조원 내외의 투자자금이 집행됐다. 반면 비금융부문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3년 2.1%에서 지난해 0.8%로 하락했다.
롯데그룹은 최근까지도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보유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법인 지분 75%를 매각했고 롯데쇼핑은 싱가폴홀딩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 개편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한신평은 이에 대해 "롯데그룹 재무개선과 사업재편의 구체적인 성과는 지켜봐야 한다"며 "전방 수요 부진과 불안정한 금융 여건 등이 사업 효율화 성과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룹 전반과 주요 계열사 차원의 구조 효율화 진행 속도와 재무 역량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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