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HD현대오일뱅크가 모회사인 HD현대에 대한 매출 기여도가 50% 미만으로 하락했다. 조선업을 영위하는 HD한국조선해양이 높은 성장을 보여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HD현대오일뱅크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점점 그룹 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HD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실적 반등을 통해 매출 기여도 50%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포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매출은 30조4686억원이다. 전년 대비 8.4% 늘긴 했지만 HD현대에 기여하는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실제 HD현대 매출에서 HD현대오일뱅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73.4% ▲2022년 57.4% ▲2023년 45.8% ▲2024년 45%로 꾸준히 우하향하고 있다.
조선사업을 영위하는 HD한국조선해양이 2022년부터 HD현대의 종속기업으로 편입돼 HD현대오일뱅크의 기여도가 떨어진 점도 있다. 그러나 2022년 34조9550억원이었던 매출은 2024년 30조4686억원으로 12.8% 줄었다. HD한국조선해양을 차치하더라도 외형 성장이 오히려 둔화한 셈이다.
문제는 수익성이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HD현대오일뱅크의 최근 3년(2022년~2024년) 간 영업이익은 2조7898억원, 6167억원, 2580억원 순으로 급감했다. 2022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해 이례적인 이익을 낸 해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유 업계의 통상적인 평균 영업이익률이 3~5%인 반면, HD현대오일뱅크의 2023년, 2024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2.2%, 0.8%로 평균치보다 낮다. 이러한 영향으로 HD현대의 연결기준 영업이익 비중에서 HD현대오일뱅크가 차지하는 부분은 같은 기간 ▲82.4% ▲30.4% ▲8.6% 등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2024년 다른 정유 업계의 영업이익률은 SK이노베이션 0.4%, GS칼텍스 1.2%, 에쓰오일 1.2%로 모두 통상적인 영업이익률에 미치치 못했다.
이는 신규 정제설비 가동에 따른 글로벌 공급 증가 등으로 정제마진 약세가 이어진 점과 무관치 않다.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공급과잉 등 수급불균형에 기인한 스프레드 약세가 수익성 악화를 가져왔다. 현금창출력 지표인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만 봐도 지난해 1조2049억원으로 2023년 1조4876억원 대비 19%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가 큰 마진을 남기는 기업은 아니고 2022년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해 비정상적으로 영업이익이 많이 나왔다"면서도 "정유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5%인데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유독 재고손실이 많이 반영되며 상황이 안 좋았고 올해는 조금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이야기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수급 불균형 등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축소되다 보니 모든 정유사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해는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 반응을 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싱가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1달러였다. 지난 25일에는 5.04달러까지 상승했다. 보통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달러~5달러로 본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지금 수익성이 악화한 건 외부 환경으로 정제마진이 축소된 결과"라며 "원유를 사 와 정제해서 파는 회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정제마진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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