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외부 출신 대표이사를 영입한 흥국생명이 건강보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흥국생명 수장에 오르는 김대현 내정자가 30년 넘게 손해보험업계에 몸담으며 건강보험 등 상품 개발과 관리 분야에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26일 흥국생명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취임한다. 태광그룹은 이달 초 김 내정자를 흥국생명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흥국생명이 손해보험사 출신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배경에는 건강보험 시장 공략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흥국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과 기존 주력상품 판매 저조 등 탓으로 건강보험 판매를 늘릴 필요가 커졌다.
기존에 생명보험사가 주력으로 판매하던 저축보험, 연금보험 등 저축성 상품은 IFRS17 도입 탓에 수익성이 낮다. 다른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은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소비자 수요가 크지 않아 생명보험사도 건강보험 등 제3보험 판매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김 내정자는 흥국생명의 건강보험 시장 공략에 필요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실제로 흥국생명도 김 내정자에 대해 "건강보험 시장의 영업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시점에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흥국생명의 미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당장 KB손해보험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흥국생명의 건강보험 등 상품 경쟁력 강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보험사보다 손해보험사가 상대적으로 건강보험 상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새로운 상품을 자주 출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KB손해보험의 전신인 LG화재(LIG손해보험)에 1990년 입사한 뒤 경영관리, 자동차보험, 영업전략 등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상품총괄을 맡아 상품개발 및 관리 부문에서도 충분한 경험치를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흥국생명은 2023년 회계제도가 IFRS17로 바뀐 이후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 확대에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한 탓에 뚜렷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3분기 누적 기준 흥국생명의 신계약 건수는 2023년 19만950건에서 2024년 25만9059건으로 35.6% 증가했다. 반면 신계약 금액은 같은 기간 1조6029억원에서 1조2641억원으로 21.1% 감소했다.
외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내부 직원의 신뢰를 얻는 일도 김 내정자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당초 외부 출신을 영입한 이유가 경영전략 등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인데 새 대표가 직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오히려 조직 내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
김 내정자에 대해서는 '실무형 관리자'라는 평가가 업계에 우세하다. KB손해보험에 있을 때 크고 작은 업무 진행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며 직원들도 직접 지도하거나 지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김대리'라는 별명도 생겼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것저것 다 잘 챙기는 실무형 관리자라고 할 수 있다"며 "핵심 부서를 모두 경험한 '전략통'으로 보험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빠삭하게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1964년에 태어난 김 내정자는 성남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LG화재에 입사한 뒤 경영관리부문장, 전략영업부문장, 상품총괄 및 장기보험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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