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MBK파트너스를 향한 비판적 여론이 들끓으면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대한 평가 기준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LP)들이 투자기업의 경영 방식을 위탁운용사(GP) 선정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PEF가 투자 손실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주식·채권 투자에만 적용하던 '책임투자 가점제'를 PEF GP 선정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수익의 질과 관련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 운용사 선정 및 관리 기준을 개정할 방침이다. 대체투자 자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 등도 GP 선정 과정에서 정성평가 비중을 더욱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간 PEF 운용사들의 트랙 레코드, 수익률 등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 해왔지만 홈플러스 사태 여파로 앞으로는 운용사들의 투자기업 운영 방식까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LP들은 PEF GP 선정 과정에서 정량요소와 함께 ▲투자 운용 전략의 적합성 ▲투자 의사 결정 과정(ESG) ▲수익 기여도 ▲사회책임투자 원칙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해왔다. 최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사재출연을 결정하며 투자기업의 손실 분담 역량도 하나의 평가 기준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자 실패가 발생할 때마다 GP들이 사재를 털어 책임지는 분위기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그렇게 되면 출자사업에서도 투자기업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일정 금액을 분담하겠다고 사전에 명시한 GP에 추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GP 평가 기준 강화가 PE 업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운용자산 규모가 크고 자본력이 충분한 대형 하우스는 LP들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펀드 구조를 재편하거나 인력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운용 자금과 인력이 제한적인 중소형 PEF들은 투자기업의 재무 건전성 관리나 위기 대응 역량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형 하우스들만 살아남고 중소형 하우스는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자에 실패할 때마다 GP가 손실을 책임지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 중소형 PEF들은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대형 PEF 운용사들만 살아남아 자본시장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의 경영 책임이 한층 강조되고 있지만 이를 실제 평가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투자기업에 대한 GP의 경영 개입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투자 의사 결정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P들이 투자기업의 손실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높은 리스크를 회피하는 보수적인 투자 성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PEF 시장의 성장과 역동성,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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