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령 기자] 오상헬스케어가 오상그룹의 실질적인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오상과 자회사인 오상자이엘 그리고 이동현 회장은 수년간 배당을 통해 오상헬스케어에 투자한 자금을 이미 초과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상헬스케어는 특히 높은 최대주주 지분율을 바탕으로 내부자금 순환구조의 핵심 계열사가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상헬스케어에서 그룹사로 대규모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자체 성장동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오상헬스케어의 지분 구조는 ▲오상 34.31% ▲오상자이엘 14.96% ▲이동현 오상그룹 회장 4.99%로 이뤄졌다.
오상헬스케어는 1996년 설립된 체외진단기기 업체 인포피아가 전신이다. 2016년 기존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폐지된 이후 오상그룹이 본격적으로 인수에 나섰다. 같은 해 2월 자회사 오상자이엘이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7.7%의 지분을 확보했고 4월에는 오상이 정리매매기간 중 69억원을 투입해 19.1%를 매수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 받았다.
오상은 이후 2019년 11월과 2020년 5월에 걸쳐 재무적투자자(FI)가 들고 있던 오상헬스케어 주식 260만주를 240억원에 추가 매입했다. 이를 통해 현재 오상의 지분율은 34.31%까지 높아졌다. 오상자이엘도 이후 오상헬스케어 지분 일부를 추가 확보해 현재 14.96%의 지분을 가져갔다. 그 동안 오상과 오상자이엘이 오상헬스케어에 투입한 자금은 각각 310억원, 10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동현 회장 역시 사재를 털어 오상헬스케어 지분을 확보했다. 그는 2016년 정리매매 당시 15만주(1.17%)를 매입한 데 이어 2017년 46만주, 2018년 6만6000주, 2019년 4만2603주를 추가로 확보해 총 72만주를 보유 중이다.
해당 기간 발행주식 수에 변동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리매매 이후 매입분은 모두 장외거래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장외주식시장(K-OTC) 거래 기준으로 2018년 오상헬스케어 평균 주가는 5529원, 2019년은 5105원이다. 평균단가를 약 5500원으로 가정하면 이동현 회장이 오상헬스케어 지분 확보에 투입한 자금은 약 35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회장을 비롯해 오상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오상헬스케어 지분 매집을 위해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이미 투자금은 초과 회수된 상태다. 오상헬스케어는 막대한 배당을 통해 주요주주들의 주머니를 불려왔다.
실제 오상은 2018년부터 작년까지 총 434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올해도 24억9540만원의 배당이 예상되며 누적 수령액은 460억원에 이른다. 단순 투자 대비 수익률만 40%를 웃도는 금액이다. 오상자이엘도 같은 기간 178억원의 배당금을 확보하며 투자금 대비 약 70억원의 초과 수익을 거뒀다.
이동현 회장도 2018년 이후 오상헬스케어로부터 받은 배당수익만 60억원에 달한다. 그가 지분 매입을 위해 투자했던 금액과 비교하면 70% 이상의 수익률을 보고 있는 셈이다.
오상헬스케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익이 나면 배당을 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며 "2021년부터 매년 평균 2000원의 고배당을 실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의 경우 손실이 발생했지만 주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주당 500원의 비과세 배당을 결정했다"며 "주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고배당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며 배당액은 실적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익의 상당 부분이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 이 회사는 2018년 21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6억1300만원(배당성향 29.2%)을 배당금으로 집행했다. 2020년엔 순이익 1249억원을 냈고 245억원(19.6%)을 배당했다. 2021년에도 순이익은 14억원에 그쳤지만 123억원을 배당하면서 배당성향이 878.6%에 달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379억원(93.4%), 251억원(21.5%)의 배당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에는 113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총 68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실적과 무관하게 배당 규모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대주주 수익 확보가 주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오상헬스케어가 그룹 내 안정적인 수익원이지만 수익의 큰 부분이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지속되면 자체 성장 재원 확보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이나 사업 확장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앞선 회사 관계자는 "최대주주측 지분율이 50% 이상인 만큼 배당구조에 대한 시장 우려는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연속혈당 측정기와 현장분자진단기기 등 신제품 출시에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며 향후 이러한 투자를 고려해 적정 수준에서 배당액을 결정해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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