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지난해 LG헬로비전의 당기순손실 1062억원을 만든 주범은 유형자산손상차손으로 나타났다. '본업'인 유료방송의 침체가 관련 장비의 가치 절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LG헬로비전의 미래가 영업권 손상에서 나온다면, 현재의 위기는 유형자산손상에서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LG헬로비전이 지난 6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기타영업외비용'으로 1415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도 915억원 대비 54.6% 증가한 값이다.

'기타영업외비용'이란 기업의 주요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비용을 의미하며, 영업 외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포함한다. LG헬로비전은 ▲유형자산처분손실 ▲무형자산처분손실 ▲유형자산손상차손 ▲영업권손상차손 등 8개 항목을 포함해 산정하고 있다.

지난해 LG헬로비전은 '유형자산손상차손'으로 992억원을 인식했다. 전년도 11억원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 유형자산의 손상 평가는 주로 자산의 장부가치와 순실현가능가치(NRV)를 비교하여 결정된다. 통상 NRV은 재고자산을 실제로 판매할 때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를 뜻한다. 재고자산의 시장 가치가 하락하거나 물리적 손상, 진부화 등으로 인해 NRV가 장부가치보다 낮아질 경우 손상차손으로 인식된다. 감가상각과 달리 시장 가치 하락 및 손상을 반영하고 외부 요인으로 인한 자산의 실질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는 특징이 있다.

유형자산 가운데 '기계장치'에서만 951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LG헬로비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토지 및 기타유형자산은 감가상각하지 않고 있다. ▲건물 ▲구축물 ▲기계장치 ▲차량운반구 ▲공기구비품 등 5가지 항목에서 가치 평가를 진행해 감가상각 및 손상처리를 하고 있다.

이는 유료방송사업의 부침과 무관하지 않다. LG헬로비전이 영위하는 사업 범위 중 유료방송에서 기계장치를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사업이 침체됨에 따라 셋톱박스 모뎀 등 방송설비(장비)들의 시장 가치가 하락하고, 방송 장비 노후화로 인해 유형자산손상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되는 이유다. 지난해까지 LG헬로비전은 기계장치 부문에서 총 1155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LG헬로비전은 2023년 적극적인 방송설비 관련 캐팩스(자본적지출) 투자를 진행했다. 한국기업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2년 950억원 ▲2023년 1154억원의 캐팩스를 투자했다. 2023년의 경우 노후 셋톱박스 교체수요와 네트워크 보안강화 등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2% 감소한 가운데 캐팩스를 20% 늘렸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한 873억원을 투자했다.

다만 캐팩스 기조는 신사업 진행에 따라 바뀌어 가는 흐름이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LG헬로비전의 2024년 캐팩스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되나 이는 인천항 상상플랫폼 운영 민간사업자 계약, 관람시설 구축 관련 자금 소요 등 방송 사업 외 부문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유형자산손상은 유료시장 어려움 때문에 셋톱과 모뎀 등 장비의 가치 차이가 발생해 나타난 것"이라며 "올해 캐팩스의 경우 구체적 수치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