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매각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다시 한번 기업공개(IPO)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공적 IPO를 위한 첫 단추인 수익성 개선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처리 수요 감소에서 비롯된 업황 부진이 SK에코플랜트 IPO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환경·에너지사업부문을 정리하려면 계열사 매각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과거 볼트온 전략으로 몸집이 불어난 탓에 매각을 구체화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K에코플랜트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상장 시점은 2026년 7월까지다.
◆볼트온 전략에도 수익성 개선 필요한 신사업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매각 대상인 환경·에너지사업 계열사로 상장사인 SK오션플랜트를 추가했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는 SK오션플랜트의 시가총액은 11일 종가(1만5190원) 기준 8992억원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말 삼강엠엔티를 인수하고 사명을 SK오션플랜트로 변경했다. 해상풍력 발전기의 하부 구조물, 특수선 등을 제작하며 SK에코플랜트의 신재생에너지사업의 주요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SK에코플랜트는 SK오션플랜트 같은 환경·에너지기업들에 대한 매각을 지난해부터 조용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폐플라스틱 처리기업 DY인더스와 DY폴리머의 경영권을 각각 65억원과 71억원에 매각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 2월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와 리뉴원 외에도 SK오션플랜트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 환경기업으로 변신을 주창해오던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에너지기사업 계열사 정리에 나선 것은 숙원인 IPO를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약 1조원을 들여 인수한 리뉴어스의 순이익률은 2021년부터 3년간 1%대에 머물거나 순손실을 기록했고 2021년 폐기물 소각업체를 볼트온한 리뉴원은 지난해 3분기 매출액 581억원, 순손실 116억원으로 부진했다. 가장 최근 매물로 나온 SK오션플랜트도 순이익률은 3.35%에 불과하고, 코넥스에 상장한 태양광기업 탑선은 순손실만 101억원이다.
환경·에너지기사업 등 신사업의 성과가 부진한 이유로 SK에코플랜트는 인공지능(AI) 시스템 등 사업 설비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꼽았다. 하지만 투자 이후에도 소각 및 매립 수요 침체와 수처리 플랜트 운영수주 감소 등이 이어져 매출 및 수익성 부진 극복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업황에 SK에코플랜트가 접촉 중인 국내외 사모펀드운용사도 예전보다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에코비트 인수전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더 신중해진 것 같다"며 "국내 폐기물, 신재생에너지 시장 수급 불균형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의 예상보다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년4개월 남은 상장 시계…수익성 입증 절실
주목할 부분은 환경포트폴리오의 매각을 위해 수익성 입증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를 입증할 시간이 비교적 촉박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폐기물 수급불균형이 내년께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 시장이 활황이던 시기에도 SK에코플랜트의 환경계열사들은 비용투자를 이유로 수익성이 저조했다. 그간의 트랙레코드를 근거로 원매자를 끌어모으기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조원의 프리IPO 유치 당시 투자자들에게 2026년 7월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폐기물 업황이 올해 이후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원하는 조건으로 포트폴리오 매각을 추진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대부분이 증시 상장까지 6개월 정도의 일정을 소화한다"며 "금융당국이 심사 문턱을 강화하며 SK에코플랜트도 예외 없이 비슷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행히 프리IPO 투자자들은 최장 2년까지 투자자 전원 동의 아래 상장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프리IPO 등 우선주 전환청구 기간을 기본 4년에 상황을 지켜본 뒤 만기를 더 연장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현재로선 전환 청구까지 약 2년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IPO 투자유치 과정에서 40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 6000억원을 발행했다. 만기는 2026년 7월까지이나 투자자와 발행사 협의에 따라 만기는 조정될 수 있어 SK에코플랜트가 상장까지 여유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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