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주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통상 연초에는 증시가 활기를 띠면서 신규 상장기업들도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몰아친 한파가 연초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올해 초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LG CNS도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공모주 시장은 더욱 얼어붙는 분위기다. 이에 딜사이트는 공모주 시장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금융당국이 제시한 공모주 개선 방안에 대한 실효성도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공모주 한파가 몰아치며 기업공개(IPO) 대표주관 경쟁을 벌이던 증권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근 상장 주관한 코스닥 종목 일부가 공모가 대비 절반가량 하락하며 일반투자자의 환매청구권(풋백옵션) 행사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종목 중 지난 19일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20% 이상 하락한 종목은 총 9개다. ▲탑런토탈솔루션(-45.5) ▲에이치엠파마(-23%) ▲에어레인(-39.2%) ▲노머스(-25.2%) ▲닷밀(-52.5%) ▲에스켐(-43.2%) ▲엠오티(-38.9%) ▲사이냅소프트(-30%) ▲미트박스글로벌(-44.5%) ▲데이원컴퍼니(-46.8%) ▲아이지넷(-43.9%) 등으로 주가 하락 후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풋백옵션은 일정 기간 내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질 경우 개인투자자가 인수한 주식을 주관사에 장외매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공모예정금액 50억원 이상의 공모가액을 단일가격으로 설정 ▲수요예측 기관에 창업투자회사 참여 ▲공모가격 산정 근거 미기재 ▲기술성장기업의 상장을 위한 주식 인수 ▲이익미실현 기업 상장을 위한 주식 인수 등 5개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하면 주관사는 일반투자자에게 풋백옵션을 부여하고 이를 행사할 경우 공모가의 90% 가격에 매수해야 한다.
주목할 부분은 지난해 11월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한 대부분의 종목에서 IPO 주관사의 풋백옵션이 설정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를 의식한 주관사들이 풋백옵션 설정 조건을 피해 발행조건을 설계한 탓이다. 증시 불안정성이 커진 만큼 실적이 안정적인 기업의 상장을 추진하거나 발행조건을 주주 친화적으로 설정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희망공모가밴드를 거의 의무적으로 설정하고 수요예측에서도 창투사를 제외하는 등 공모가격 산정 절차를 보완했고 실적이 비교적 양호한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을 추진했다"며 "최근 상장한 미트박스글로벌이나 엠오티 등은 순이익 흑자를 내며 풋백옵션 설정 의무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상장한 데이원컴퍼니와 아이지넷은 불안정한 실적 탓에 풋백옵션 행사 우려가 커졌다. 두 회사는 각각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당기순손실 16억원, 14억원을 기록했다. 일명 '테슬라 요건'으로 불리는 이익미실현 특례와 사업모델 특례를 통해 코스닥 입성을 시도하며 풋백옵션 설정이 불가피했다.
두 기업의 상장 후 주가는 공모가를 하회하며 반등에 난항을 겪고 있다. 데이원컴퍼니는 지난 19일 코스닥시장에서 전일 대비 1.56% 내린 692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아이지넷도 전 거래일 대비 1.87% 떨어진 393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와 비교하면 데이원컴퍼니(공모가 1만3000원)는 46.77% 하락했다. 이달 4일 상장한 아이지넷(공모가 7000원)도 43.86% 떨어진 상황이다.
데이원컴퍼니의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이 맡았다. 아이지넷은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다. 아이지넷은 상장 후 6개월까지, 데이원컴퍼니는 상장 후 3개월인 오는 4월 말까지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아이지넷의 일반투자자 배정주식은 50만주다. 18일 종가로 계산하면 모든 일반투자자가 환매청구권 행사 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32억원을 환불해야 한다.
데이원컴퍼니의 일반투자자 배정주식은 34만250주다. 모든 투자자가 환매청구권을 행사하면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약 40억원을 되돌려줘야 한다.

일반투자자가 모두 환매청구권을 행사하면 단순 계산으로 한국투자증권은 32억원,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2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적정 공모가 산정에 실패하며 IPO 수수료보다 큰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연초효과가 사라진 데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적정 공모가 책정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의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이 고개를 들며 올해도 연초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해 말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오히려 위축된 것 같다"며 "연초효과를 예상하고 상장을 준비한 일부 기업의 주가가 아직 2월임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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