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조만간 발표할 남은 7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현재 1차 매입분 3조원을 대부분 확보했고 이달 내로 소각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남은 7조원을 모두 소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저하로 인한 본사 현금 부족, 수십조원의 반도체 투자로 인해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7조원 중 일부를 임직원 보상에 활용해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18일부터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를 통해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다. 이달 11일 기준 보통주는 신고된 5014만4628주 중 4860만주를 매입, 96.92%의 체결률을 기록했다. 우선주는 691만2036주 중 669만주를 취득, 체결률은 96.79%다. 체결액은 보통주 약 2조6480억원, 우선주 30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자사주 취득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15일 발표했던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중 1차분에 해당한다. 당시 회사는 향후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고, 이 중 3조원의 자사주는 3개월 내 사들여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차 자사주 매입은 이달 17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예정대로 모두 소각될 전망이다.
업계 관심은 나머지 7조원 규모의 자사주 활용 방안이다. 1차 자사주 매입 진행률이 현재 97%에 달하는 만큼 이르면 이번 주 내 목표치 100%를 달성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2차 매입안이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1차분 3조원을 모두 매입한 후 소각할 예정"이라며 "남은 7조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추가로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보다는 임직원 보상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자사주 소각을 실시한 이후로 추가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아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가 없다. 여기에 최근 성과급 지급 방식을 개편하면서 추가로 매입할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수단에 쓰일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자사주가 성과급 지급에 활용될 경우 삼성전자가 앞서 내세웠던 주주가치 제고 목적과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됐을 당시 시장에서는 1차분처럼 나머지도 전량 소각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특히 해당 조치는 주가가 4만원대로 추락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표로, 소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로도 해석됐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으면 유통 주식 수가 유지되거나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주당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 실질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일반주주의 돈이 투입된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갈 가치가 분산되면서 주주환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너번스포럼 회장도 칼럼을 통해 "자사주는 실제 주주 돈인 회사 자금으로 자기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라 소각하지 않으면 남는 주주들의 지분가치 상승이 수반되지 않아 의미가 없다"면서 "소각이 수반되지 않는 자사주 취득은 회사 현금을 낭비하는 것이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을 해 자사주라는 계정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여론 전환용 꼼수'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종가가 5만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시장 충격이 커지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우선 30%가량의 소각을 포함시킨 자사주 매입 계획을 서둘러 내놨다는 지적이다. 나머지 자사주에 대해서도 애초부터 소각할 의사가 없었으며, 성과급 지급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자사주가 전무한 상황에서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려면 결국 추가 매입한 자사주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일부 물량이 소각이 아닌 직원 보상으로 흘러가면 주주가치 제고 효과는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주가가 4만원대로 내려앉으며 국내외 투자자의 압력이 커지자 서둘러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측면이 크다"며 "당시 소각에 대한 기대감을 시장에 심어줬지만 이후 이를 성과급 지급에 활용한다면 결국 주주가치 제고가 아니라 주주 몫을 임직원에게 돌리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안과 별개로 추가 자금을 투입해 성과급 지급을 위한 자사주를 취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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