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매출 기준 택배업계 2인자인 만큼 기업가치 1조원을 제시했다. IPO시장의 '대어(大魚)'로 분류되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성공적인 상장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이 되는 동시에 모기업인 롯데지주의 재무 건전성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녹록치는 않다. 예상보다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이 길어지는 데다 2대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의 눈치도 봐야 한다. 수익성은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과도한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롯데글로벌로지스 IPO와 관련해 재무 현황,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기업공개(IPO)에 나선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르면 이달 중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관심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공모가로 쏠리고 있다. 올해 IPO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꼽혀온 첫 번째 대어(大漁) LG CNS가 상장 초반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밸류에이션 책정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최대주주인 롯데그룹이 원하는 기업가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IPO 효과를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비용 유출을 최소화하려면 2조원에 육박하는 상장 밸류를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물류산업이 국내 증시에서 유독 저평가된 업종이라는 점에서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롯데지주, 공모가 4만7300원 미만이면 LLH로 차액 지불해야…상장 밸류 1.6조대
12일 IB(투자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IPO 완료를 목표로 2~3월 중으로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4월께 상장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다. KB증권은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상장 절차에 따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증권신고서에 모집가액과 모집총액 등을 비롯해 희망공모가액을 공개하게 된다. 또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공모가를 최종 확정한다.
주목할 부분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주관사가 공모가 희망 밴드를 어느 수준으로 제시하느냐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최대주주인 롯데지주(지분율 46.04%)는 최소 1조6000억원대의 몸값을 인정받기 원할 것으로 파악된다. 애초 IPO 목적이 2대주주인 LLH(사모펀드 메디치인베스트먼트 PE부문)와의 계약 조건을 이행하기 위함인데,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가격에 미달하는 경우 롯데지주가 차액을 메워줘야 해서다.
LLH는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21.87%(747만2161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취득단가는 주당 3만7339원이다. LLH가 풋옵션을 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롯데그룹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주당 4만7296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공모가가 최소 4만7300원으로 형성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1조6161억원으로 추산된다. LLH가 지분 투자를 단행한 2017년 당시 기업가치는 9009억원이었는데, 8년간 80% 가까이 뛴 것이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무리하게 높여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국내 IPO 첫 타자로 출격한 LG CNS의 주가가 상장 첫 날부터 공모가(6만1900원)를 하회하며 5만원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한 예다. 이 회사는 IPO 과정에서 30%의 할인율을 적용하며 보수적으로 몸값을 산정했지만, 실제 기업가치와 공모가의 괴리가 발생하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국내 주식시장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 주요 계산식 대입, 주당 1만3600~3만3400원대 추정…눈높이 미달
통상 기업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EV/EBITDA(시장가치에서 삼가상각전영업이익을 나눈값) ▲PER(주가수익비율) ▲PSR(주가매출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이 꼽힌다. 하지만 모든 계산식으로 따져보더라도, 롯데그룹이 원하는 주가를 맞추기는 힘들다. 실제로 국내 물류업 섹터의 평균 PER과 PBR은 각각 8배, 0.5배다. 두 지표는 각각 10배 미만, 1배 미만일 경우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명확한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는 코스피 상장 택배회사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이 있다. 피어그룹 모수가 적은 만큼, 범위를 넓힌다면 특수화물운송업체인 한익스프레스나 해상운송업체인 현대글로비스 등을 피어그룹에 포함시킬 수 있다.

EV/EBITDA는 밸류에이션 평가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의 EV/EBITDA는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각각 13배, 8.8배로 집계됐다. 두 회사 평균 EV/EBITDA는 10.9배이며 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원(주당 3만4200원·현 기준 주식수) 상당이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의 EBITDA를 연간으로 환산해 계산할 경우 EV/EBITDA는 각각 10배, 6.6배로 낮아지지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시가총액에는 큰 변화가 없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PER도 자주 사용한다. 평균 PER을 도출해 상장 기업의 주당순이익에 곱하면 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CJ대한통운과 한진의 평균 PER은 13.4배이며, 이로 추정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주가는 시가총액 4674억원(주당 1만3681만원)이다. 연간 환산의 경우 한진이 순손실을 기록한 만큼 객관적인 지표로 보기 어렵다.
기업의 주가가 주당순자산의 몇 배인지를 역산하는 PBR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는 2100억원을 밑도는 것으로 나왔다. 연간으로 보더라도 유사한 수준이다. PSR은 외형 성장성은 높지만 수익성이 낮은 기업에 주로 쓰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택배사 평균 PSR은 6.2배이고, 이를 대입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주가는 1주당 4만8664원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이보다 72% 축소된 1만3605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그룹이 불가피하게 기대치를 낮추거나, 최악의 경우 상장 계약을 미이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대로 된 적정 기업가치 평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강행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어서다. 특히 롯데그룹이 계산기를 두들겨 본 뒤 LLH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원리금 보장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이번 상장은 롯데지주와 LLH가 협의 중인 사안"이라며 "내부적으로 목표하는 기업가치 등을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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