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퇴직연금 제도가 2005년 12월 처음 시행된 이후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적립금 기준 400조원을 넘었고 2040년 10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빠르게 성장 중인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다양한 금융 분야의 쟁쟁한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개별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삼성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고른 수익률을 바탕으로 몸집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타 증권사들과의 경쟁을 위해 비교적 젊은 나이의 개인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행보 역시 강화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2024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 유치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조27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퇴직연금 사업자인 국내 증권사 14곳을 통틀어 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2024년 10월 31일 시행되면서 수혜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제도를 통해 개인고객은 기존 금융상품 해지 없이 다른 금융사로 퇴직연금을 옮길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은 편인 증권사가 주요 수혜 업종으로 꼽혔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부문에서 높은 장기 수익률을 나타내왔다. 최근 10년 기준으로 DB형(확정급여형) 수익률 3.28%, DC형(확정기여형) 3.77%, 개인형 IRP 3.76%를 각각 기록했다. DB형 수익률은 국내 증권업계 4위, 나머지는 모두 3위였다.
DC형과 개인형 IRP의 경우 중‧단기 수익률 역시 양호한 편이다. 삼성증권은 2024년 말 기준으로 최근 1‧3‧5‧7년 수익률을 따졌을 때 두 유형 모두 상위 4위권 안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특히 3년 수익률 기준으로는 양쪽 모두 1위를 차지했다.
DB형 퇴직연금은 적립금을 사용자인 기업이 운용한다. 반면 DC형은 기업이 임금총액 일부를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하면 근로자가 운용하는 방식이다. 개인형 IRP는 개인이 퇴직급여를 적립해 직접 운용한다.
삼성증권은 이전부터 'WM(자산관리) 명가'로 불려왔는데 퇴직연금에서도 마찬가지로 강한 면모를 나타냈다. 이런 점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개인고객 자금을 많이 유치한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삼성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현재 4위인 적립금 순위를 끌어올리려면 1위 미래에셋증권과 2위 현대차증권에 앞서 3위 한국투자증권부터 넘어서야 한다. 2024년 말 기준 4위인 삼성증권(15조3857억원)과 한국투자증권(15조8148억원)의 적립금 격차는 4291억원이다.
2024년 3분기 적립금 격차는 3713억원이었는데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이 2024년 9~12월 동안 퇴직연금 적립금 1조3324억원을 유치하면서 삼성증권을 앞서나간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삼성증권은 청‧장년층 중심으로 퇴직연금 개인고객을 모으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전보다 이른 나이부터 은퇴 이후를 대비하려는 개인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이들이 자산 증식을 위한 금융투자에 관심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삼성증권은 2024년 말 조직개편에서 기존에는 채널솔루션부문 아래 있던 퇴직연금본부를 디지털부문으로 이관했다. 디지털부문의 이름 역시 디지털&연금부문으로 바꿨다. 디지털에 친숙한 30~40대를 퇴직연금 사업의 주요 공략대상으로 판단한 결과다.
2025년 초에는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와 손잡고 '삼성증권 연금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스뱅크 앱을 통해 삼성증권 연금저축 계좌를 보유한 고객에게 ETF(상장지수펀드) 포트폴리오 등의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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