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군대에서 삽으로 퍼서 라면을 줬는데 라면이 아니라 거의 죽 같은 수준이었다. 워낙 없던 시절이라 그거라도 먹었는데 나와서는 라면을 쳐다보기도 싫었다. 삼양에서만 라면을 만들던 시절이었는데 어느 날 농심이 라면을 만들더라. 맛을 봤는데 국물이 개운하고 맛있었다. 지금도 라면은 신라면만 먹는다."
올해로 76세인 택시기사 황 씨는 농심에서 1975년에 출시한 농심라면의 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농심라면은 농심이 롯데공업주식회사에서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하게 된 계기가 됐을 정도로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농심라면을 재출시했다.
이달 23일 농심 연구소가 있는 도연관에서 만난 김동민 농심 스프개발팀 선임은 "재출시한 농심라면은 사명처럼 농부의 마음으로 60년간 농심을 사랑해 준 고객들에게 보은하겠단 의미를 담았다"라며 "어르신들부터 어린아이까지 두루 즐길 수 있도록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쌀과 한우를 넣어 맛을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위치한 건물인 도연(道延)관의 뜻은 새로운 것을 끌어낸다, 즉 창조한다는 의미다. 1975년에 출시한 원조 농심라면은 이제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고 원재료도 사라졌다. 연구원들은 기업 사료실에 암호화되어 적혀있는 레시피를 교제 삼아 그 맛을 구현했다. 재출시라고 하지만 이전에 맛과는 다른 맛을 말 그대로 재창조해 낸 것이다.
김동민 선임은 "예전 레시피대로 만들었다면 맛이 많이 단조로웠을 것이다. 그 시절은 어려웠던 시절이라 재료도 충분하지 못했고, 지금처럼 원료 기술도 발전하지 못했던 않은 시대"라며 "추억은 살리되 쌀과 한우, 후첨분말을 추가해 차별화를 뒀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라면의 면은 밀가루와 전분으로 이뤄진다. 농심의 가장 대중적인 상품인 신라면도 밀가루로 만든 면을 썼다. 농심라면은 쌀을 섞으며 맛의 차별점을 뒀다. 김 선임과 호흡을 맞춰 농심라면의 면을 개발한 박홍엽 선임은 "면에 쌀이 들어가면 더 쫄깃하고 탄력있는 식감을 구현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첨분말은 원조 상품에는 없던 구성이다. 마지막 라면의 향은 후첨분말로 완성된다. 처음부터 넣고 끓이면 조리과정에서 향이 날아갈 수 있는 재료들이 후첨분말에 들어간다. 김 선임은 "후첨분말을 통해 칼칼하고 시원한 청양고추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

농심은 농심라면을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로 우거지와 한우를 추가한 국밥을 만들었다. 서민음식으로 대표되는 농심라면의 특색을 살려 국밥 레시피도 만든 것이다. 푸짐하게 올려진 재료 위로 후레이크에 들어있는 고추를 썰어 둔 듯한 지단까지 올리니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김 선임은 "가장 대중적인 한국 음식이 소고기국밥과 장국이다보니 그걸 모티브로 해서 대중적으로 먹을 수 있는 장국이나 국밥 스타일로 레시피를 만들었다"라며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제품으로 농심라면이 고객에게 보은할 수 있는 상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농심라면 외에도 2개의 제품을 상반기 중에 재출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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