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세계 2차 대전 종전을 기점으로 80년 가까이 최강국 지위를 이어오고 있는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는 어디일까.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뉴욕과 LA(로스앤젤레스)를 꼽을 수 있겠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라스베이거스, 휴스턴, 보스턴 같은 대도시도 뉴욕과 LA에 견줄 만한 매력을 지녔다고는 평가되지 않는다.
뉴욕과 LA는 여러 방면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전 세계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지리적으로 뉴욕은 동부를 대표하며 LA는 서부 최대 도시로 통한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4대 스포츠(NFL‧MLB‧NBA‧NHL) 중 하나인 메이저리그에서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 경기는 야구계의 '엘 클라시코'로 불린다. 미국인들의 주식인 햄버거에 있어서도 뉴욕의 '쉑쉑'과 LA의 '인앤아웃'이 호각을 다투고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색깔로 뉴욕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LA는 자동차의 도시이기도 하다. 교통수단은 곧 자동차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차량 이동이 기본이다. 지하철은 물론 버스망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정도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탓이다. 인구수가 뉴욕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90만명 수준임에도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은 이유다. 아카데미 6관왕에 빛나는 영화 '라라랜드'의 첫 장면이 꽉 막힌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시작된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그만큼 공도에서 볼 수 있는 차량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등 글로벌 제조사에서 만든 각양각색의 완성차가 도로 위를 달린다. 마치 자동차 백과사전이 현실에서 구현된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모델들이 주행한다. 전 세계적으로 모터쇼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LA오토쇼가 120년 가까이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숨은 동력이다.
LA는 미래 모빌리티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구글의 계열사인 웨이모(Waymo)는 LA와 더불어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LA에서는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재규어 차량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현대차가 미국의 자율주행 기업인 앱티브와 의기투합해 설립한 모셔널(Motional)도 LA를 테스트 베드로 삼고 있다.
미국과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LA가 눈물로 물들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 발생한 화재가 10일째 이어지면서 천문학적 피해를 낳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34배가 넘는 면적에서 1만2000채 이상의 집과 건물이 불에 탔다. 피해 예상금액은 80조원으로, 이는 우리나라 1년 국방예산의 60조원을 훌쩍 넘는다. 인명피해도 막대하다. 지금까지 24명이 사망하고 15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많은 이들이 동경한 도시였기에 안타까움이 배가 된다. 하루 속히 불길이 잡히길 기원한다. 그리고 화마가 할퀴고 간 LA 시민들의 상처가 아물어 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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