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심삼일(作心三日)은 본래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 이 고사성어를 '작심삼일도 300번 하면 3년'처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사흘마다 단단히 먹은 마음을 되새기면서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는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증권사 신임 CEO의 '작심일년'을 들여다보려는 것 역시 긍정적인 해석과 결을 같이한다. 신임 CEO가 처음 세운 경영목표를 지난 1년 동안 추구한 결과를 짚어보고, 이를 근거로 다음 1년간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예측해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가 취임 이후 주식위탁매매로 대표되는 리테일(개인금융) 서비스와 IT 기술 접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테일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업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만큼 키움증권의 대응 전략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MTS(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 '영웅문S#'에 각종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이용자 확보에 힘쓰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투자 관련 기능을 확충하고 AI를 비롯한 IT 기술도 적극 적용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키움증권은 지난해 12월 영웅문S#를 통해 '미국주식 배당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출시했다. 연이어 올해 초에는 해외주식을 조건검색할 수 있는 '종목 스크리닝' 기능도 추가했다. 영웅문S# 고객인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심리가 커진 점을 고려한 행보다.
AI를 활용한 투자정보 제공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앞서 2024년 9월에 AI를 통해 국내외 증시 마감 시황을 알리는 'AI 시황 알림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3개월여 만에 신청 고객 수 26만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다른 AI 서비스도 영웅문S#에 계속 탑재될 계획이다.
앞서 엄 대표는 2024년 1월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IT기술 변혁을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를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이 영웅문S#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엄 대표가 리테일 부문에서 키움증권의 우위를 굳히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전문 증권사인 만큼 주식위탁매매를 비롯한 리테일 사업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로 꼽혀왔다.

키움증권을 통해 위탁매매된 국내 주식 일평균 약정액은 2024년 3분기 기준 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국내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누적)은 19.4%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키움증권은 2024년부터 본격화된 개인고객의 해외증시 투자 증가세에도 수혜를 입었다. 키움증권의 해외 주식 약정액은 2024년 3분기(누적) 기준 159조8000억원으로 역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런 리테일 우위는 안정적인 실적의 기반이기도 하다. 키움증권은 2024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 91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9.1%(764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2024년 국내증시 침체에도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이 전년과 비슷한 가운데 IB(투자은행) 수익 등이 늘어난 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에도 엄 대표가 아직 마음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증시 침체가 길어지면서 키움증권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국내주식 위탁매매 시장점유율은 2022년 19.6%, 2023년 20.58%에 이어 2024년 3분기 19.39%로 제자리를 걷고 있다.
해외주식 위탁매매의 경우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다른 증권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후발주자인 토스증권이 2024년 10월 한정이지만 해외주식 월간 거래대금 21조9000억원을 기록해 키움증권(21조4000억원)을 앞서기도 했다.
엄 대표가 2025년 신년사에서 "기민한 추격자들이 우리 사업모델(BM)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 점도 위와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엄 대표는 "AI 등 디지털 전환으로 기술 선도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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