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해 말 실시한 임원 인사에서 안정보다 변화와 쇄신에 무게를 실으면서 은행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들도 크게 바뀌었다.
특히 영업 담당 부행장은 각 은행이 영업 강화에 의지를 보이는 데다 은행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잠재적 후보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 모두에서 예상보다 큰 폭의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KB국민은행에서는 기존 부행장 14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명이 회사를 떠났고 우리은행은 기존 부행장 중 절반 이상을 교체했다. 신한은행은 임기 만료 예정이던 부행장 10명 가운데 6명을 교체했고 하나은행에서는 4명이 새로 부행장단에 합류했다.
새롭게 부행장단이 꾸려진 상황에서 영업 일선에 배치된 부행장에 우선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들어 4대 금융지주가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CEO로 영업통을 전면 배치하며 영업 강화에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에서 은행 내 영업 담당 부행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들을 향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영업 전문가 중용에 적극적인데 지난해 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도 이런 모습이 두드러졌다.
당장 올해 업무를 시작한 이호성 하나은행장만 봐도 하나은행 내 대표적 영업 전문가로 불린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 부행장으로 있다가 하나카드 사장에 발탁됐고 2년 임기를 끝으로 올해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KB국민은행에서는 김진삼 경기지역영업그룹 부행장, 서영익 기관영업그룹 부행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할을 이어간다. 지난해 기업고객그룹을 이끌었던 박병곤 부행장은 영업그룹을 새로 맡게 됐고 박 부행장의 빈 자리는 송용훈 부행장이 채웠다.
영업그룹 부행장은 바로 직전 KB국민은행장을 지낸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도 거쳤던 자리다. 이 부문장은 영업그룹 부행장이던 2021년 말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추천됐다. 박 부행장은 1967년생으로 대구상고와 계명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주로 기업금융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다.
신한은행은 김재민 영업추진1그룹장, 김기흥 영업추진2그룹장, 양군길 영업추진3그룹장 등 3명 부행장에게 영업 현장 지휘를 맡겼다. 김기흥 부행장은 직전 경영지원그룹에서 일하다 올해 소속이 바뀌었고 김재민, 양군길 부행장은 지난해 말 부행장에 신규 선임됐다.
김재민 부행장과 양군길 부행장은 각각 1967년생, 1969년생으로 부행장단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김재민 부행장은 고객관리·마케팅 전략에 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양군길 부행장은 오랜 현장 경험과 함께 심사 및 여신기획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아예 부행장 인사에서 영업력을 우선으로 고려했다. 이번에 부행장으로 승진한 김진우 중앙영업그룹대표, 서유석 기업그룹장, 우승구 호남영업그룹대표, 이재헌 영남영업그룹대표 등 4명 모두 소속 영업조직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인물들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취임한 정진완 행장이 바로 직전 중소기업그룹을 이끌었던 점에 비춰볼 때 배연수 기업그룹 부행장이 주목된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통합하면서 기업그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금융 업무를 모두 맡게 됐다.
배연수 부행장은 1970년에 태어나 공주사대부고와 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중소기업그룹장, 중앙영업본부 영업본부장 등을 지내 정 행장의 영업 강화 전략을 뒷받침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은행은 국내영업부문장과 기업투자금융부문장 2명이 아래 사업그룹을 나눠 담당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해 부행장 가운데서도 부문장의 권한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이런 방식을 폐지했다.
부문장의 위상은 당장 지난해 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이었던 기동호 전 부행장과 국내영업부문장을 지낸 김범석 전 부행장은 지난해 말 각각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자산신탁 CEO 후보로 추천됐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