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에코볼트'가 10여년 만에 추진하던 배당정책을 철회했다. 지난해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면서 배당을 추진했지만 결국 하지 않는 것으로 급선회했다. 에코볼트는 이사회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밝히고 다른 주주환원책을 검토 중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용 조명부품 제조사 에코볼트는 제21기(2024년)에 관한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에코볼트 관계자는 "최근 이사회에서 배당을 진행하지 않는 걸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에코볼트는 지난해 10월22일 임시주총을 열어 '자본잉여금의 이익잉여금 전입의 건'을 의결했다. 주주환원책 재원 마련을 위해 자본잉여금 중 5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에코볼트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잉여금은 1957억원인 반면 결손금은 381억원이다. 500억원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의 전입을 통해 결손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남은 잉여금으로 배당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권리주주도 지난달 13일 확정했다. 주주명부 폐쇄로 배당기준일 등을 확정한 것이다. 에코볼트가 배당을 한 것은 지난 2013년(13억원) 이후 처음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돌연 배당을 하지 않기로 방향을 바꿨다. 에코볼트 측은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에코볼트 관계자는 "자세한 이유는 확인이 어렵다"며 "최근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만 전했다.
시장에서는 배당 추진 철회의 배경으로 최근 추진된 부동산 매입을 눈여겨 보고 있다. 200억원대 부동산 매입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자금 소요가 필요한 점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에코볼트는 지난달 24일 최대주주인 오성첨단소재의 아산사업장을 21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에코볼트는 다른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2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쥔 상태다. 지난해 8월 평택시 소재 토지·건물을 화일약품에 매각해 233억원의 매매대금을 지난달 확보했다. 따라서 부동산 처분 이후 다시 대규모 자금 집행을 앞둔 만큼 다소 보수적인 자금 집행을 하면서 배당 정책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배당세 개편이 불발된 점도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배당소득세에 대해 분리과세하는 배당세 개편안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세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최대 49.5%의 세율을 적용받는 배당세율이 유지되면서 배당 유인책이 감소했다는 평가다.
에코볼트는 다른 주주환원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배당이 아닌 다른 환원책으로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그외 환원책인 무상증자나 주식배당 등은 여러 여건에 비춰볼 때 쓸만한 카드가 아닌 걸로 보인다. 에코볼트의 지난 3일 종가는 899원이다.
에코볼트는 차량용 헤드램프 등 자동차용 조명부품을 주력으로 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다만 본업에서는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손실은 38억원, 평균 당기순손실 220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3분기에도 43억원 영업손실과 85억원 순손실을 냈다. 지속된 적자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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