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G이노텍이 카메라 모듈 재고 비축으로 인해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등 운전자본 부담이 높아져서다. 이로 인해 잉여현금흐름(FCF) 악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매출이 하반기에 집중되는 계절적 요인으로 운전자본 관리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내년에도 애플의 아이폰 생산 감소 등의 악영향으로 카메라모듈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상반기까지는 이익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이노텍의 NCF가 크게 감소했다. 3분기 기준 474억원으로 전년 동기(9883억원) 대비 95.2%나 줄었다. NCF는 회사의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에서 운전자본 투자를 제한 값을 의미한다. 즉 NCF가 악화된 것은 LG이노텍의 운전자본 부담이 높아졌음을 말한다.
같은 기간 LG이노텍의 운전자본은 2조5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7211억원 대비 47.7% 늘어났다. 운전자본은 기업의 영업활동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합에 매입채무를 제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은 늘어날수록, 매입채무는 줄어들수록 기업의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회사의 3분기 기준 원재료 등 재고자산은 2조4748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5720억원 대비 57.4%, 전년 동기 2조1143억원 대비 17% 늘어났다. 재고자산 증가가 부정적인 신호로만 해석되는 건 아니다. 통상 LG이노텍은 3분기까지는 생산, 4분기부터는 출하에 집중한다. 핵심 고객사인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 등 신제품을 4분기에 출시하는 시점에 맞춰 3분기까지 재고자산을 비축해 놓는 것이다.
하지만 LG이노텍은 최근 2년간 1분기부터 대규모 재고자산이 쌓이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2조원대를 넘는 2조423억원의 재고자산을 기록, 연내 등락을 거듭하다 4분기 1조5720억원까지 줄였다. 하지만 한분기만에 재고가 6000억원가량 증가해 올해 1분기에도 2조1727억원의 재고자산을 쌓았다.
이는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하는 광학솔루션 부문에서 카메라모듈 재고가 적체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카메라모듈은 대부분 LG이노텍의 핵심 고객사인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데, IT 수요 침체가 지속되면서 '아이폰 신작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LG이노텍 측은 3, 4분기 매출 본격화에 따른 생산 확대를 고려해 미리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매출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채권은 3분기 2조8675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5318억원 대비 3357억원가량 늘었고, 매입채무는 2조779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54억원 줄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매출이 증가하는 시점이라 매출채권이 증가했다"며 "매입채무는 특정 시점에서의 매입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줄어든 NCF 때문에 잉여현금흐름(FCF)도 악화됐다. FCF는 회사의 여윳돈을 나타내는 지표로, NCF에서 설비투자(CAPEX)를 빼고 남은 값이다. LG이노텍은 2022년 애플의 중국 아이폰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해 FCF에서 2078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으나 1년만에 플러스(+)로 전환, 2320억원이 유입됐다. 하지만 올해는 9월말 기준 마이너스(-) 7283억원을 넘어, 최종적으로 순유출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LG이노텍 관계자는 "3분기는 대체로 운전자본이 커지는 시기다. 계절성이 존재한다"며 "지난해 3분기 아이폰 출하가 지연됐던 시점과 비교하면 올해는 정상적인 사이클"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이노텍에 대한 내년 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LG이노텍의 올 4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대체로 하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26일 이 회사의 4분기 영업이익을 시장 컨센서스 3365억원을 밑도는 2855억원으로 추정했다.광학솔루션 부문에서 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반도체기판 및 전장 부문에서는 매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6 생산 감소로 내년 상반기까지 이익 모멘텀(상승동력)이 둔화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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