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집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방식이 전화에서 어플로 바뀌었듯 인수합병(M&A)도 플랫폼 기반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피봇브릿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M&A 거래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피봇브릿지 본사에서 만난 김태섭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전 바른전자그룹 회장으로 90년대 후반부터 4곳의 코스닥 상장 인수를 비롯해 수십여건의 M&A를 성사시킨 인물이다.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M&A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면서 "기업이 성장하는 방법이 단순히 땅을 사서 공장을 짓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M&A는 단순히 기업을 사고파는 게 아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업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 M&A 시장이 비효율적인 중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형 M&A는 적절한 거래 플랫폼이 없어 일부 지인을 통해 비공식적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이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돼 퍼져나갈 수 있고 브로커들이 끼면서 중개 수수료 문제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섭 대표는 2020년부터 3년간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M&A팀 고문으로 활동하며 해외에서는 M&A 플랫폼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의 엑시얼(Axial), 유럽의 딜슈이트(Dealsuite), 일본의 바톤즈(Batonz) 등 이미 다른 국가에서는 거래를 플랫폼에 올리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임에도 'M&A 분야에서는 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한국M&A거래소와 같은 공공 플랫폼이 있지만 매도 기업의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로만 운영하고 있다. 거래 중재의 기능은 없고 단순 정보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친다.
김 대표는 과거 M&A 성공 경험과 ICT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봇브릿지를 설립했다. 피봇브릿지는 공고 등록부터 딜 종료까지 M&A의 모든 절차를 단일 홈페이지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피봇브릿지는 사용자에게 ▲매도·매수 정보 등록 ▲M&A 탐색 ▲당사자 매칭 ▲매각가 추정 ▲디지털 서명 ▲데이터룸 ▲M&A 보험 ▲아카이브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도 또는 매수 측이 피봇브릿지에 정보를 올리면 누구든지 등록된 공고를 통해 관심 있는 기업을 찾을 수 있다. 이용자는 플랫폼에 올라온 공고를 보고 클릭 한번으로 인수제안서를 전달하거나 매도제안서를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 양측은 제안서에 소개된 매도기업 또는 인수자 정보를 보고 협상 여부를 결정한다. 중개인이나 복잡한 중개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양측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해 비용과 거래 시간을 대폭 낮췄다.
또한 거래 당사자를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정보는 제안서에 공개하지 않아 거래의 안정성을 높였다. 이후 양측이 협상을 수락하면 피봇브릿지 컨설턴트가 참여하는 구조다.
김태섭 대표는 "플랫폼 회원가입과 매수 또는 매도 정보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양측의 의향 확인 후 컨설턴트 중재 하에 협상을 진행해 거래 성사 시 피봇브릿지가 성공보수를 받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컨설턴트로는 ▲회계법인 ▲법무법인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7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거래 당사자들은 데이터룸을 통해 M&A 자료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자금증빙, 기밀유지협약, 전자서명까지 모든 절차를 플랫폼 내에서 완료할 수 있다.
피봇브릿지는 지난 10월 서비스를 개통한 후 현재까지 102건의 M&A 정보가 등록됐으며 98건의 인수제안서를 교환했다. 회사는 국내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 증권사 등 20곳과 제휴를 합의한 상태로 지난 11월 7일에는 기술보증기금과 M&A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김태섭 대표는 "중소기업 M&A 시장 규모만 30조원으로 추산된다. 피봇브릿지는 2026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플랫폼에 거래 정보를 축적해 다양한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게 함으로써 M&A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피봇브릿지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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