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하나은행은 2015년 외환은행 통합 이후 함영주 회장 다음으로 첫 정통 영업 전문가를 행장으로 맞이하게 됐다. 하나카드 사장 출신으로 하나은행장에 선임된 것도 이호성 후보자가 처음이다.
그간 부각되지 않았을 뿐 이 후보자 역시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충분한 조건을 갖춘 인물로 평가돼 왔다. 하나은행에서는 줄곧 영업일선을 지휘하며 '영업통'으로 실력을 발휘해왔다. 하나카드를 맡은 뒤에도 전문 영역인 영업 뿐만 아니라 조직을 아우르고 통합하는 리더십도 증명했다.
◆상고·외부출신 CEO…함영주 행보 닮은 영업 1인자
이 후보자는 1964년생으로 대구중앙상고(현 대구중앙고) 출신으로 졸업과 동시에 한일은행에 입행해 금융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1992년 하나은행으로 적을 옮기면서 본격적인 영업맨 행보를 시작했다. 1994년 본점영업부에 이어 1998년부터는 중앙기업금융센터·본부에 근무하며 기업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쌓았다.
함 회장이 하나은행 부행장으로 충청영업그룹을 이끌던 시절 이 후보자는 본부장에 선임돼 대기업영업을 담당했다. 2015년 함 회장이 하나은행장에 오르자 이 후보자는 강남서초영업본부장을 맡았고 반년도 안돼 전무로 승진했다. 함 회장의 신임도 이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한 이후에도 영남영업그룹장, 중앙영업그룹장 등 중책을 맡으며 하나은행내 영업 1인자로 입지를 굳혔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함 회장과 닮은 이 후보자의 이력도 주목하고 있다. 상고를 나온 외부출신 인사지만 남다른 영업력으로 뛰어난 성과를 냈고 이를 바탕으로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점이 함 회장의 행보와 닮아 있어서다.
함 회장 역시 1980년 강경상고 졸업 후 바로 서울은행에 입행했고 2002년 합병으로 하나은행 소속이 됐다. 대구 출신 이 후보자가 영남영업그룹을 이끌며 실력을 인정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함 회장 역시 본인의 지역인 충청영업그룹을 통해 영업의 달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하나카드서도 영업력·리더십 증명 성공적…리딩뱅크 재탈환 가능할까
하나카드 사장 시절에도 이 후보자의 영업력은 빛을 발했다. 강점인 방대한 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금융(법인카드)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끌어냈다. 이를 기반으로 하나카드는 올해 3분기 누적 18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710억원을 웃돌았을 뿐더러 2022년 순이익 1920억원에도 근접한 성과를 냈다. 그룹내 비은행 계열 중에서도 하나캐피탈을 제치고 순이익 1위를 차지해 하나카드 위상을 역대급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공적인 실적에는 하나카드의 변화한 조직문화도 한몫했다. 격려를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는 이 후보자 특유의 소통법이 직원들의 업무 성과와 직결됐다는 평가다. 직위 고하를 떠나 업무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함께 고민하는 환경도 이 후보자가 오면서 바뀐 문화다. 임원, 부서장 뿐만 아니라 실무 직원까지 참여해 아이디어를 나누는 영업추진회의는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하나금융 역시 이 후보자의 영업력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는 이 후보자에 대해 "손님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췄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조직에 긍정 에너지를 확산시켜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회사를 변화시킨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는 리딩뱅크 탈환이 될 전망이다. 올해의 경우 하나은행은 3분기 누적 2조78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3조102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올해 리딩뱅크 자리 수성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47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과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주도했던 선두 싸움에서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경쟁자로 지위를 새롭게 다졌다. 그런 만큼 이 후보자 역시 내년 취임 일성은 위기관리 속 성장에 방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지주 회장 구도 역시 새롭게 짜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주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이 지금까지 유력한 승계 후보로 점쳐져 왔지만 이번 인사로 이 후보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의 임기 중 성과에 따라 오히려 승계 구도가 조기에 결정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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