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국내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세액공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향후 수출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관세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현재 국내 비용 구조로는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단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극복할 대안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딜사이트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트럼프 시대, 경영 환경 변화와 우리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2025 경제전망 포럼'에 참석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래 30년의 국제 분업 구조 측면에서 큰 변화의 시기에 직면해있다고 생각한다"며 "제조업 전반의 유출이 우려되는데, 관련 솔루션과 세액공제 혜택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해외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거론한 관세는 중국 수입품에 60%, 중국 외 나라의 경우 10~20%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및 배터리 기업들의 수출 난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 연구위원은 '한국 산업(반도체&배터리) 위기인가, 기회인가?'란 주제발표를 통해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2기 내각 구성원들이 1기 때와 달리 끈끈한 학연과 지연으로 엮여있는 것 같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다양하게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율을 올릴 경우 오히려 미국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그건 그때 가서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며 "만약 중국에만 60% 관세를, 그 외 국가에 10%가량의 관세를 매긴다면 수출 우회나 종합적인 국가간 통상교섭 전략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 연구위원은 중국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뤘다. 경 연구원은 "중국과 인도는 거의 모든 산업 수출품에 대해 16%의 부가세를 환급해주고, 토지 비용 또한 없다시피하다"며 "그 결과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150%까지 단가 차이가 나다 보니 기업이 중국으로 건너가는 것이 대세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비용 구조상 단가 차이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수많은 국가가 제조업이 유출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 역시 교역의 상호성을 총체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경 연구위원은 "트럼프 위기설을 계기로 자유무역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며 "부가세 등에서 국가로부터 혜택을 얻는 몇몇 국가들을 생각했을 때 향후 국내 기업이 다른 외국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세액공제 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위기로 인한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치킨게임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산업 위기의 긍정적인 요소도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경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의 반도체 벤처 투자액이 미국 규모를 지난 2년 만에 완전히 뛰어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 펀드 출자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 국제금융공사, 중국 상업은행 등으로 중국이 치킨게임을 실현하려고 할 가능성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경 연구위원은 또 "우리나라처럼 반도체 주요국 입장에서는 향후 중국의 치킨게임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는 것보다 조금의 불편함은 따르겠지만, 차라리 트럼프 위기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