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도이치오토모빌그룹 오너 2세인 권혁민 부회장의 승계 인큐베이터로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인 '차란차'가 거론되고 있다. 권 부회장이 차란차의 모빌리티 플랫폼 전환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개인적으로 이 회사 주식을 상당량 보유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차란차를 인큐베이팅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올해로 출범 12년차를 맞은 차란차가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 권 부회장, 차란차 2대주주…그룹 경영권 무관, 승계 자산 증식용?
10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차란차(옛 지카)를 활용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새로운 중고차 시장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2013년 설립된 차란차는 ▲온라인 정보 제공 ▲자동차 임대업 ▲중고차 도소매업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권 부회장은 이 회사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 중이다.
권 부회장은 블록체인 개발사인 '앱토스 랩스'와 웹3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앱토스 네트워크 기반의 중고차 웹3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웹3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데이터 소유를 개인화하는 3세대 인터넷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 불신이 매우 높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허위 매물과 미끼 매물, 침수차 등을 이유로 레몬마켓(저급품 유통시장)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블록체인 기술로 중고차 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량을 늘릴 수 있고, 판매자가 임의로 정보를 수정할 수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차란차의 이 같은 변화가 전적으로 도이치오토모빌그룹의 정체성 전환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목적은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권 부회장이 차란차 2대주주인 만큼 추후 승계비용 마련 등을 위한 재산 증식 수단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현재 권 부회장은 도이치모터스(지분율 45.6%)에 이어 차란차 지분 16.2%를 보유 중이다.
도이치오토모빌그룹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오너가→도이치모터스→계열사'로 비교적 단순하다. 그룹 대권을 넘겨 받기 위해서는 상장사인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확보하면 되지만, 권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비상장사인 차란차 주식을 확보했다. 도이치모터스 완전 자회사가 아닌 도이치파이낸셜과 디티이노베이션(옛 도이치피앤에스)의 경우 권 부회장의 주식 보유 현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만약 권 부회장이 이들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한 관계자는 "통상 오너일가의 비상장사 인큐베이터 전략으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이 거론된다"며 "그동안 주목도가 높지 않던 비상장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사실상 매년 적자, 결손금 누적 탓 7차례 유증…비용 관리 '실패'
문제는 차란차의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항상 매출보다 더 많은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가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이자비용과 잡손실이 불어나는 등 비용 통제력을 잃은 모습이라서다. 결손금이 쌓이면서 배당 수익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자동차 시장의 '네이버'를 표방하던 차란차는 도이치모터스가 2016년 중고차 매매단지 '도이치오토월드'를 오픈하면서 온·오프라인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차란차는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시장 안착도 아직 이뤄내지 못한 모습이다.
당초 100%였던 도이치모터스의 차란차 지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배경에도 사업 불확실성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는 1억원(주식수 2만주)을 투입해 차란차를 설립했다. 하지만 차란차는 자본잠식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해까지 총 7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자본금은 54억원까지 늘었다.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은 아직까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차란차는 2019년을 제외하고 매년 영업손익과 순손익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수익(매출) 362억원과 영업손실 7억5234만원, 순손실 24억원이었다. 영업비용(판관비)이 매출을 웃도는 370억원을 기록했으며, 특히 이자비용은 전년(4억원)보다 4배 이상 증가한 17억원에 달했다.
적자 행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 3분기 말 누적 기준 차란차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454억원, 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1.3% 증가했지만, 손실폭은 3억원 가량 더 커졌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15억원 늘어난 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결손금 규모는 지난해 말 58억원 수준에서 올해 말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본지는 도이치오토모빌그룹 측에 차란차 인큐베이팅과 재무 안정화에 대한 질의를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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