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종인 논설위원] 무엇보다 다행은 한국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정상을 되찾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틱'하고 '드라마'같은 하룻밤을 보낸 한국증시는 4일 오전 2% 안팎의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밤 비트코인 폭락세와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감안할 때 이 정도면 지극히 상식적이다. 

이토록 비상식적인 대통령이 있는 나라의 증시가 이토록 차분한 건 무슨 이유일까? 

"지금 즉시 총으로 완전무장한 군인들을 헬기에 태워 여의도로 가라! 가서 국회의사당을 점령하라! 주요 국회의원은 즉시 체포하라!"는 대통령 비상명령이 불과 11시간 전에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진짜 드라마틱한 건 한국증시 아닐까? 그토록 비상식적인 대통령이 여전히 국군통수권자로 군대에 대한 최고 지휘 및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한국증시가 이토록 평안한 건 무슨 이유일까?

4일 아침, 평온한 증시와 달리 용산과 여의도는 분주하다. 

실패한 비상계엄령은 지나간 과거지만 정치적, 사법적, 또는 역사적 평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비서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고, 국회는 대통령에 대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언론은 팩트를 모으고 있다. 기자들은 실체에 가장 근접한 스토리를 쏟아낼 것이다. 

2024년 12월3일 화요일 저녁부터 4일 새벽 사이 대통령의 선택과 결정, 드디어 비상계엄 선포, 그 막전막후, 주변 사람들, 긴박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대통령 주변의 에피소드 등등이 표적이다. 

글로벌 OTT의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는 K드라마는 하룻밤 사이 엄청난 '콘텐츠의 보고'를 선물받았다. 보고(寶庫)는 '보물창고'의 줄임말이다. 드라마와 게임, 음악 등으로 재탄생해 지구촌 곳곳에 널리널리 확산되고 보급될 것이다. 남주 1명의 원톱 드라마가 나올지, 남주와 여주 2명의 운명과 비운이 교차되는 영화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정치적 반격과 취재 등 후속 조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는데 그건 그날 밤 해야 할 일을 (기필코) 한 사람들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기필코) 하지 않은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이다.

찾아보면 많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우리의 군대와 군인이다. 

2024년 12월3일 밤, 가장 결정적인 역사의 주인공은 군이 아닐까? 피가 난무하는 참혹한 결말을 가져올 수 있었던 대재앙의 씨앗을 해프닝으로 무화(無化)한  일등공신은 바로 우리의 군 아닐까? 

온 국민이 뜨거운 눈으로 지켜 본 TV화면 속에 나타난 2024년 12월 현재 대한민국 군은 완전무장을 하고 손에 총을 들고 있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았고, 그 덕에 우리는 12월4일 다시 떠오른 찬란한 아침을 편안하게 맞이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