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추천되면서 상업은행·한일은행 출신들이 번갈아 행장직을 맡는 관행도 이어지게 됐다. 당장 터진 내부통제 위기 속에서 계파갈등을 최소화할 방안은 결국 균형 안배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서다. 다만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이후부터 강조해 온 내부 분열 종식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한일은행 출신 정진완 부행장을 추천했다. 정 후보는 1995년 입행했으며 지난해 12월 부행장으로 승진하며 중소기업그룹을 총괄했다. 우리은행 내부규정으로는 임원으로 2년이 지나야 은행장 후보 자격이 생긴다. 하지만 정 후보의 경우 예외적으로 명단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앞서 알려졌던 자추위 롱리스트에 총 6명의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정진완 후보를 비롯해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이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부행장,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장 부행장, 조세형 기관그룹장 부행장, 조병열 연금사업그룹장 부행장이 후보군으로 심사를 받았다. 

롱리스트 역시 상업·한일은행 출신간 분배가 이뤄진다. 정 후보와 이정수 부사장, 조병열 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 김범석·박장근·조세형 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 역시 행장 선임과 마찬가지로 이전부터 이어진 우리은행의 관행이다. 지난해 조병규 행장 선임시에도 한일은행 출신 2명, 상업은행 출신 2명 등 총 4명의 임원이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정 후보가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선출되면 역대 우리은행장 수에서도 한일·상업은행 출신의 균형이 맞춰진다. 역대 한일은행 출신 행장에는 이종휘·손태승·이원덕 3명이다. 상업은행 출신은 이순우·이광구·권광석·조병규까지 4명이었다. 

우리금융이 정 후보를 추천한 것은 결국 계파 갈등 최소화와 조직 쇄신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임 회장이 파벌 갈등을 끊어내겠다고는 했지만 내부통제 실패로 부침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존의 관행을 이어가는 게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세대교체를 비롯한 쇄신 측면에서도 정 후보가 가장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는 1968년생으로 1965년생인 조병규 행장과는 3살 차이며 롱리스크 후보군 임원 중에서도 가장 젊다. 다른 은행 대비로도 상당히 젊은 연령대다.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각각 1964년, 1963년생이다. 앞서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선정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도 1964년생으로 차이가 있다. 

다만 기계적인 균형 인사가 지속됐다는 점은 한계도 뚜렷하다. 당장은 계파간 갈등을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본질적인 문제인 계파 구도 자체는 여전히 청산이 어렵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부당대출 책임여부가 현임 회장·행장까지 불거질 수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해소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일은행 출신 외에도 정 후보가 임 회장의 런던 주재원 인맥이라는 점도 향후 내부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 후보는 임 회장이 영국대사관 참사관이었던 2004년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며 첫 인연을 맺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