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삼성전기가 올해 안으로 추진 중인 글로벌 반도체 기업향(向) 실리콘 커패시터 양산 계획을 내년으로 미루게 될까. 시장에서는 선도 업체들의 영업력이 막강한 데다 최근 AI 하드웨어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조정마저 불가피해진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기가 당장 고객사 및 수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고객사 및 수주 규모 등을 세부적으로 검토하며 조만간 연내 양산 여부와 시점을 결정짓겠다는 입장이다.
29일 삼성전기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최근 실리콘 커패시터 양산 시점을 조율하기 위해 고객사, 수주와 관련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며 "내부적으론 양산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기는 올 4분기 안에 글로벌 반도체 업체향으로 실리콘 커패시터를 양산하기로 했지만 공표한 기한이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이슈들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양산에 나설 예정"이라며 "시장과 고객사 상황에 맞춰 대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삼성전기의 주 수익원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보다 발열량이 낮고 전력 소비가 적어 고성능 컴퓨팅 및 AI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 필수부품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발열 및 전력 최소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수요도 계속 성장해 MLCC 대비 최소 10배 이상 높은 가격대를 형성 중이다. 이에 기존 MLCC 시장을 장악해 온 일본 무라타 등 여러 해외기업이 먼저 진출해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후발주자인 삼성전기도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실리콘 커패시터를 양산해 고부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 하지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시장 예상보다 낮은 AI 하드웨어 판매고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재고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을 선점한 여러 해외 업체들이 점유율을 지속 확대해 나가는 만큼 삼성전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넓지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 관계자는 "무라타의 경우 주 수익원인 MLCC 시장에서 50%대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반으로 수주잔고와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실리콘 커패시터의 캐파나 영업활동을 강화할 여력이 쌓이고 있다"며 "시장을 선도 중인 MLCC 사업을 통해 확보한 영업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기 매출의 30%대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수주도 휘청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삼성전기는 삼성전자가 내년 초 선보이는 갤럭시S25에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엑시노스에 자사 실리콘 커패시터 탑재를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유력 외신들이 갤럭시 신작에 엑시노스가 아닌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전량 탑재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으면서 관련 계획에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기는 실리콘 커패시터 양산 시점을 최대한 앞당긴 뒤 생산 라인업을 확대하며 고객사 및 수주를 계속 늘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실리콘 커패시터 라인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국내외 글로벌 반도체 업체로의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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