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신한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법인(인니법인)이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11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과거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의 김치본드 발행을 주관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최근 들어 이렇다 할 수임 실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인니법인의 조직 개편 및 인력 충원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인니법인의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5억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 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적자는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22년 1분기부터 지금까지 11개 분기 연속 적자다. 

신한투자증권은 2016년 12월 인도네시아 증권사인 마킨타증권의 지분 99%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진출 초기부터 브로커리지에 집중한 타 증권사와 달리 IB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등 리테일을 중심으로 현지화하는 계열사들과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전략은 진출 초기부터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18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의 김치본드 발행을 주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어 2019년 론타르파피루스펄프 앤 페이퍼, 2020년 PT 오키펄프 앤 페이퍼밀스 등 현지 우량기업의 김치본드 발행을 잇달아 주관하는 성과도 냈다. 김치본드는 외국인(기업)이 한국에서 원화가 아닌 달러화, 유로화 등 외화로 발행한 채권을 의미한다. 

신한투자증권은 김치본드 외에도 2017년 한국 증권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2위 아이스크림 제조사 캄피나(Campina)의 IPO 주관 업무를 맡아 성공적으로 현지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아울러 발리 누사두아의 5성급 리조트의 인수금융에 5500만 유로의 매자닌 투자에 참여하며 수익 다변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들어 딜 수임이 줄어들며 이 같은 IB 위주의 사업 전략이 난항을 겪고 있다. IB 사업의 경우 딜이 없으면 기본적인 수익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 인니법인은 최근 눈에 띄는 딜을 수임한 성과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본사 IB에 딜을 소싱해주는 역할의 비중이 커진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인니법인의 경우 자체적인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사 IB와 연계한 딜을 소싱해주는 등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인니법인이 본사 IB에 딜을 소싱해주는 건 자체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인니법인의 조직개편과 인력 충원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의 경우 신한투자증권과 비슷하게 IB중점 전략을 내세워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는데, 타 국내 증권사 대비 뒤늦은 출발임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력 충원을 통해 IB본부를 설치했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조직개편 및 인력 충원 등의 변화를 준 뒤 지난 2022년 통틀어 1건에 불과했던 IB부문 딜이 IB본부 설립 후 반년 만에 8개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초 리그테이블에서 순위권에 오르고 있다"며 "단적인 숫자로 판단하는 기준에서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당장의 수익성보다 인도네시아 자본 시장에서의 이정표를 만들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