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세 번째 임기를 보장받았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재연임도 놀라운 일이이란 반응이지만, JB금융이 금융당국에서 권고하는 CEO 후보 추천 일정보다 서둘러 회장 후보 추천을 완료한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JB금융 입장에서는 회장 후보 선정을 마무리하면서 연말 이뤄질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 회장의 현 임기가 내년 3월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시기상 사장단 인사가 회장 인사보다 앞서게 되는데, 일찌감치 김 회장 지위를 확고히 다짐으로써 회장의 경영 방향성에 걸맞은 인사를 펼칠 수 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JB금융이 회장 인선을 서두른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7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최고경영자 상시후보 관리 미흡에 대한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당시 금감원은 JB금융을 대상으로 CEO 후보군 상시관리 및 후보군 평가업무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제재를 내렸다. JB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매년 'JB금융지주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계획(안)'을 수립하고 이사회는 매년 1회 이상 경영승계 계획의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자회사 CEO 등 상시후보군과 예비후보군에 대해 지주 이사회 및 간담회에 연 1회 이상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 JB금융의 CEO 상시후보군이 이사회 등에 참여한 사례가 없는 등 사외이사와의 소통 기회가 제공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또 상시 CEO 후보군에 대한 정기평가도 하지 않았던 것도 지적됐다. 임추위는 연 1회 상시후보군에 대한 종합 정기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를 최종 후보군 선정 등에 활용하거나 평가등급이 낮은 후보자는 후보군에서 제외해야 한다. 하지만 JB금융의 경우 지난 2019년 평가계획을 마련한 후 지난해 1분기까지 후보군 평가를 하지 않았다.
이에 JB금융은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계획 개정안 마련에 나섰고 후보군 관리부터 최종 선임까지 종합적인 경영승계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 임기만료 최소 4개월 전 경영승계절차를 조기 개시하고 절차별 최소기간을 설정해 철저히 검증한다는 방침이었다. 최고경영자 내부후보군과 이사회와의 소통 강화도 약속했다.
금융지주와 은행 CEO의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금감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상 기준보다 더 앞서 절차를 진행한 이유다. JB금융 발표대로라면 11월말부터 개시해도 되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승계 과정을 훨씬 앞당겨 11월 중순에 최종 후보 선정까지 마쳤다.
업계에서는 JB금융이 차기 회장 자리를 조기에 확정한 배경 중 하나로 차후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단 대부분이 올해 말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12월 중에는 이들 인사가 결정돼야 한다. 이에 JB금융지주는 9월말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꾸려 후보 추천 절차에 돌입했다.
JB금융이 11월말 지주 회장 후보 추천 절차에 돌입했다면 회장과 계열사 CEO 후보 추천 과정이 맞물리게 된다. 회장 최종 후보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주 회장과 손발을 맞춰야 할 계열사 CEO를 선정하는 것이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지주 회장이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김 회장의 연임을 먼저 확정 짓는 것이 차후 그룹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JB금융 관계자는 "CEO 임기 만료 최소 4개월 전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전에라도 빨리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며 "회장 후보 추천이 조기에 마무리된 만큼 12월에 이뤄질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JB금융의 자회사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 JB인베스트먼트 등이며, 이들 CEO 모두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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