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그룹이 내년이면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항만하역사업과 화물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세방그룹은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세방전지(옛 진해전지)를 인수하며 급격한 성장을 일궜고, 2023년 말 연결기준 총자산 1조3452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세방그룹의 승계 구도는 매우 명확한 '장자승계'를 따르고 있다. 이의순 창업주 외아들인 이상웅 현 회장을 거쳐 또다시 독자(獨子)인 이원섭 상무로 이어지고 있다. 세방그룹 오너 3세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한 만큼 지배구조와 승계 자금 조달 방안,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세방전지의 비상장 자회사 세방리튬배터리가 폭발적인 실적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기업공개(IPO) 추진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세방리튬배터리의 유상증자에 세방그룹 오너일가가 참여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세방리튬배터리가 IPO에 성공한다면 오너 일가는 지분 취득 규모에 따라 적지 않은 과실을 얻을 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3Q 매출 2338억, 전년도 실적 초과…"외형성장 지속"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방리튬배터리는 올 3분기 말 누적기준 매출 2338억원과 순이익 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은 106.7%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세방리튬배터리는 전년도 연간 매출 1780억원과 순이익 44억원을 3분기 만에 초과 달성했다.
2022년만 해도 적자에 시달리던 세방리튬배터리가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한 주된 요인으로는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 판매 증가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삼성SDI 등 배터리셀 업체로부터 공급 받은 셀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와 냉각장치를 달아 배터리모듈 어셈블리(BMA)로 재조립해 배터리팩 업체에 판매한다.
세방리튬배터리의 성장세는 2021년 약 12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국내 광주에서 기인했다. 해당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2022년 유럽 상용차용 납품 물량 증가와 맞물리면서 매출은 전년 대비 70% 늘어난 40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초기 고정비 부담과 해상운임 인상 등의 영향으로 순손실폭은 이보다 더 큰 132% 확대됐다. 세방리튬배터리는 광주공장 가동이 완전 정상화된 지난해 매출이 무려 342.8% 급증한 1780억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세방리튬배터리의 호실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 수주한 물량에 더해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판매가 둔화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대중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회사 차원의 적극적인 사세 확충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행보로 파악된다. 예컨대 2019년 42명에 불과하던 세방리튬배터리 임직원수는 지난해 379명으로 9배 넘게 불어났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가 다소 주춤하지만, 세방리튬배터리는 추가 프로젝트 수주에 힘입어 올해 연 매출 3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철 교보증권 연구원도 "세방리튬배터리는 올 2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규모의 경제를 상당 부분 달성한 만큼 지속적인 외형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정관에 스톡옥션 포함, 발행가능주식수 관리…IPO 포석
세방리튬배터리는 2015년 세방전지가 5000만원을 출자해 설립할 당시부터 상장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의 설립과 경영, 기술혁신 등에 기여했거나 기여할 능력을 갖춘 임직원에게 상장 이후 주식을 특정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정관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의 경우 스톡옵션을 부여 받더라도 누릴 수 있는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 미리 약속한 행사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한 뒤 시가에 팔아야 하는데, 비상장사는 구주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톡옵션으로 적절한 시세차익을 누리기 위해서는 상장이 필수다.
세방리튬배터리가 주식 수를 통제하고 있다는 점도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읽힌다. 이 회사는 출범 이후 총 여섯 차례의 유상증자(증자)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5000만원→28억원→44억원→149억원→401억원→689억원→723억원으로 늘어났다. 10만주이던 발행 주식수는 현재 1억4450만주가 됐다.
다소 의아한 부분은 세방리튬배터리가 지난해 감자와 증자를 3개월 간격으로 단행했다는 사실이다. 증자만으로 충분히 결손금을 보전할 수 있음에도 번거롭게 감자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정관상 발행가능주식수를 최대 2억주로 설정한 점과 연관을 가진다. 통상 상장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려면 발행가능주식수의 한도가 여유로워하는데, 이 시기 세방리튬배터리의 경우 발행가능 주식수의 70% 이상을 채운 상태였다.
실제로 세방리튬배터리는 지난해 8월 결손금 보전 목적으로 4132만5397주의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자본금 689억원 중 207억원이 미처리결손금 항목으로 이전됐으며, 1억3775주에 달하던 주식수는 9652주로 축소됐다. 하지만 세방리튬배터리는 같은 해 11월 240억원 규모의 증자로 자본금 충당과 함께 주식수를 1억5000만주 가까이 확대했다.
다만 세방리튬배터리는 올 2월 이사회를 거쳐 발행 가능 주식 총수를 3억주로 늘렸다. 이에 따라 발행가능주식수 대비 발행주식수는 종던 대비 24.1%포인트 하락한 48.2%가 됐다.
◆ 지분 6%대 기타주주, 오너일가 유력…배당수익·엑시트 전망
세방리튬배터리 증자로 회사 지분을 확보한 제3의 주주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세방리튬배터리는 2021년까지만 해도 세방전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였지만. 2022년과 2023년 증자를 실시하면서 지분구조에 변동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세방리튬배터리의 주주 현황을 살펴보면 ▲세방전지 92.07% ▲우리사주 1.39% ▲그 외 주주(기타) 6.54%이며, 주주 수는 총 7명이다.
시장에서는 6.54%의 주식을 가진 기타주주가 세방그룹 오너일가이거나 특수관계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과 외아들 이원섭 상무의 경우 각각 2021년과 2022년 세방리튬배터리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에 직접 개입 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스톡옵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증자로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먼저 세방리튬배터리는 2022년 진행한 증자로 세방전지 지분율이 100%에서 97.22%로 소폭 줄었다. 나머지 2.78%의 지분은 우리사주와 기타주주가 정확히 절반(1.39%)으로 나눠 받았다. 해당 증자 납입금이 주당 522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타주주는 약 10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이뤄진 증자는 주당 납입금이 624원으로 증액됐고, 기타주주는 총 51억원을 투입했다. 세방리튬배터리 지분을 보유한 오너일가는 배당 수익을 노리거나, IPO 이후 현금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해 세방리튬배터리 관계자는 "현재 주주 구성을 밝힐 수 없다"며 "추가로 증자를 단행하거나, 상장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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