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세방그룹 지주사인 세방㈜의 주가가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상웅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주가 부양 의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각이 전제되지 않은 자사주 매입만 이뤄지고 있어 '반쪽짜리 환원책'에 그친다는 이유에서다.
세방㈜은 2019년 이후 계속해서 이익잉여금이 불어나고 있지만, 배당 확대 여부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미래 투자 계획을 따져봐야 하는 만큼 배당 적정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매년 30억~50억 자사주 매입, 소각 미실시…투자 매력도↓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방㈜은 지난달 30일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기 취득한 자사주 25만7500주(1.3%)는 세방㈜ 소유의 계좌로 입고됐다.
세방㈜은 2020년부터 사실상 매년 30억~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다. 목적은 안정적인 주가관리와 주주친화정책 실행이다. 예컨대 세방㈜은 2020년 2월 자사주 30억원의 취득 계약을 체결한 뒤 그해 10월 신탁 계약을 해지했다. 2021년에는 2월과 12월 각각 30억원과 50억원 총 8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취득했으며, 2022년에도 30억원 가량의 주식을 확보했다. 그 결과 올 3분기 말 세방㈜이 보유한 자사주는 총 137만1366주(7.1%)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세방㈜이 자사주 매입만 꾸준히 실시할 뿐, 소각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사주 매입으로 실질적인 주주환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소각이 동반돼야 한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수록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동일시되는 글로벌 자본 시장과 달리, 국내에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소각 여부를 선택한다. 자율성이 보장되는 대신 실효는 떨어지는 것이다.
저평가된 주가는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실제로 세방㈜은 올 11월 들어 10영업일(1~14일)간 일평균 상장주식 회전율이 0.1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0.35%)와 비교할 때 0.2%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상장주식 회전율은 일정 기간의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회전율이 높을수록 투자자 손바뀜이 활발했음을 뜻한다. 또 세방㈜의 9월 일평균 회전율은 0.2%로, 같은 기간 코스피 일평균 회전율 1.02% 대비 무려 0.8%p 뒤처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방㈜의 기업가치를 유추할 수 있는 여러 지표는 업계 평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세방㈜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2배로 나타났다. 현재 이 회사의 시가총액(2226억원)이 회사의 순자산보다 낮다는 점을 의미한다. 주가수익비율(PER)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세방㈜의 현재 PER은 2.64배 동일업종 평균치(7.46배)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수익률 2% 미만, 명문화 정책 없어…잉여금 활용도 쉽지 않아
세방㈜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주된 요인으로는 오너일가의 의지 부족이 꼽힌다. 세방㈜은 28년 연속 결산 배당을 실시하고 있지만, 평균 배당수익률이 1.6%에서 1.75%에 그칠 만큼 낮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세방㈜에 주식 투자를 할 경우 배당으로 얻는 수익이 한국은행 기준금리(3.25%)의 절반에 불과하다.
단순 액면상으로 세방㈜의 주당 배당금은 조금씩 인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통주 기준 2019년까지 주당 175원씩 배당금으로 지급했으나, ▲2020년 190원 ▲2021년 200원 ▲2022년 300원 ▲2023년 300원으로 연평균 16%씩 늘었다. 하지만 정작 배당성향(연결기준) 2019년 59.5%를 기록한 이후 13.2%→8.5%→6.2%로 내리막을 걸었다. 그나마 지난해 결산배당금은 9.3%로 전년보다 소폭 올랐다.
세방㈜은 주주친화 기조를 강화하는 시장과도 역행하는 모습이다. 세방㈜이 제출한 기업지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과 관련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하지 않고 있다. 명문화된 배당 정책이 없다는 것은 일관적인 배당 지급이 어렵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세방㈜의 현금 사정이 여유로운 만큼 마음만 먹으면 배당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이 지난 5년간 연평균 5% 이상씩 늘고 있다. 2019년 3561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2022년 4216억원을 기록했고, 올 3분기 말 기준으로는 4615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세방㈜의 배당 확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재무 실적이 좋더라도, 차기 사업년도 투자계획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운송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경기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중장기 경영 환경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경영 수업 중인 이 회장 장남이자 오너 3세인 이원섭 상무의 승계 작업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상무의 세방㈜ 지분율이 워낙 미미한 데다, 지주사 주가 상승이 오히려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세방㈜ 관계자는 "주주환원과 관련해 세방㈜뿐 아니라 동종업체도 배당금을 쉽게 확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며 "실적을 잘 내서 배당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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