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동호 기자] 뜨거웠던 기업공개(IPO) 시장의 투자 열기가 연말을 앞두고 한파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에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IPO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일부 기업들은 증시 상장 계획을 연기했고, 상장을 강행한 기업들의 주가는 공모가를 하회하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일각에선 IPO 기업들의 몸값 거품이 빠지고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케이뱅크와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등 4곳의 IPO 기업이 상장 계획을 접었다. 특히 하반기 IPO 대어로 주목받던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야심차게 IPO에 나섰던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모두 시장 위축으로 인한 투심 악화 때문이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든 상황을 감안해 IPO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IPO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앞서 한 차례 IPO 계획을 취소한 바 있는 케이뱅크는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IPO 일정을 중단했다. 두 번이나 IPO 계획을 철회한 케이뱅크는 내년 초 다시 상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0.2% 증가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내년 IPO에서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는 연일 약세다. 국내 시총 1위 종목인 삼성전자 역시 전날 4만원대까지 추락하면서 이달에만 11% 가량 급락세를 보였다.
IPO 시장 부진에도 상장을 감행한 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최근 한 달간 증시에 상장한 새내기주의 상장일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를 하회했다. 에이럭스, 토모큐브, 노머스, 닷밀, 쓰리빌리언 등이 상장 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상장 첫날 51% 상승세를 기록했을 뿐이다. 더본코리아 상장 후 잠시 IPO 시장에 온기가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타났으나, 더본코리아 역시 현재 주가는 4만3100원으로, 상장 첫날 종가(5만1400원)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신규 상장 종목들의 주가 하락은 이미 예견된 결과란 지적도 나온다. IPO기업 입장에선 몸값을 높일수록 많은 공모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높은 밸류(기업가치)를 받길 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IPO 주관 업무를 맡는 증권사 역시 낮은 밸류를 제시해선 IPO를 준비하는 비상장 기업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고, 공모 규모가 커질수록 수수료 수익도 늘기 때문에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단기차익을 노리는 기관투자자가 늘면서 공모가 산정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PO 기업들의 밸류 논란에도 높은 공모가 책정이 반복되는 것은 다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시장이 위축돼도 좋은 기업엔 투자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만큼, 공모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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