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그룹이 내년이면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항만하역사업과 화물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세방그룹은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세방전지(옛 진해전지)를 인수하며 급격한 성장을 일궜고, 2023년 말 연결기준 총자산 1조3452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세방그룹의 승계 구도는 매우 명확한 '장자승계'를 따르고 있다. 이의순 창업주 외아들인 이상웅 현 회장을 거쳐 또다시 독자(獨子)인 이원섭 상무로 이어지고 있다. 세방그룹 오너 3세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한 만큼 지배구조와 승계 자금 조달 방안,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세방그룹 오너가 3세 이원섭 상무가 앞으로 경영권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부친인 이상웅 회장의 개인회사 이앤에스글로벌과 공익법인 세방이의순재단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앤에스글로벌과 세방이의순재단이 보유한 지주사 세방㈜ 지분율이 20%를 웃도는 만큼 이 상무의 승계 자금 부담을 덜어주면서 지배권을 유지시켜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방그룹 오너가 및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세방㈜ 총 지분율은 45% 수준이지만, 정작 이 상무의 지분율은 1.65%에 불과하다. 이 상무가 견고한 리더십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분 확대의 필요성이 크다.
◆ 정공법, 부친 보유 주식 전량 수증…최소 200억원 납부해야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방㈜은 올 상반기 말 기준 이 상무 부친인 이상웅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보통주 기준)이 44.6%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이 회장이 18%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며, 법인까지 통틀어보면 계열사인 이앤에스글로벌이 가장 많은 18.5%를 들고 있다. 이 회장 여동생인 이상희 씨와 이 회장 사촌인 이상환·애란 씨, 이 상무 사촌인 이민섭 씨 등도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상무는 세방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다. 세방그룹이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고 있는 데다 이 상무를 견제할 다른 형제가 없기 때문이다. 2022년 경영 수업을 시작한 이 상무는 지난해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 중이다. 현재는 해외사업과 투자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상무가 어떤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지 여부다. 정공법은 부친이 보유한 주식을 전량 증여받는 것이지만, 자금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세방㈜ 주가를 기준으로 따져볼 때 이 상무는 최소 2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가가 오를수록 이 상무가 내야 할 세금 규모 역시 커진다.
문제는 이 상무의 경영 참여 기간이 짧고 지분율이 워낙 낮아 단순 급여나 배당 수익 만으로는 승계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상무는 지난해 연간 보수로 5억원 미만을 수령했으며, 배당금으로는 9500만원을 받았다. 주식담보대출로 마련할 수 있는 현금도 고작 3억원(비율 80% 적용)이 전부다. 지난해 말에는 자사주상여금을 받기도 했으나, 250주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어서 승계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다.
◆ 이상웅 회장 개인회사격 이앤에스글로벌 활용…옥상옥 구조
이에 이 상무가 승계 우회로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는 이 상무가 이앤에스글로벌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이다. 이 회사를 통해 세방㈜을 간접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 지주사 역할의 이앤에스글로벌은 2010년 연축전지 제조 및 판매 회사인 세방하이테크(현 한국특수전지)의 투자 및 경영자문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애초 이 회장과 여동생 상희 씨, 세방㈜이 세방하이테크 지분을 80%, 10%, 10%씩 나눠들고 있던 만큼 새로 설립된 이앤에스글로벌 지분도 동일하게 배정됐다.
특히 이앤에스글로벌은 세방하이테크가 기 보유 중이던 세방㈜ 보통주 20.4%와 우선주 4.7%를 모두 이전 받으며 사실상 '옥상옥' 구조를 띄게 됐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세방그룹에서 고정적인 일감을 받은 덕분에 오너 2세들의 승계 자금 창구 역할을 수행해 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2020년과 2023년 결산 실적을 제외한 5년(2017~2022년) 동안의 평균 내부거래율이 86.6%로 집계됐다. 특히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은 고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최근 5년(2019~2023년)간 매출 대비 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9.1% 18.8%를 기록했고, 결산 배당으로 주당 5000~6000원씩을 지급 중이다.
비상장사인 이앤에스글로벌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가치는 약 261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주당평균가치는 65만원이다. 만약 이 상무가 부친이 보유한 이 회사 주식을 모두 증여 받는다고 가정하면 약 100억원 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세방그룹 오너일가는 이앤에스글로벌의 기업가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이 상무의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150억원에 육박하는 이앤에스글로벌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을 몽땅 소진할 경우 주당가치 역시 위축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상무는 이앤에스글로벌 주주에 올라 고배당 수혜를 누릴 수 있다.
◆ 공익재단, 지분율 5%까지 세액 면제…절대적 우호지분
공익재단도 경영 승계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세방이의순재단은 이의순 세방그룹 창업주(명예회장)가 2007년 90억원 규모의 현금과 주식 등 사재를 털어 설립한 사회복지재단이다. 이 명예회장은 세방㈜ 주식으로 당시 기준 약 87억원 상당의 4%를 출연했지만,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거쳐 현재 3.48%로 소폭 하락했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은 의결권이 있는 그룹사 주식 5%를 세금없이 보유할 수 있다. 만약 이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세방㈜ 주식 중 1.5%(29만주)를 세방이의순재단으로 넘길 경우 부과되는 세금은 0원이다. 반대로 동일한 규모의 주식을 이 상무가 받으면 약 16억원의 세액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확실한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세방이의순재단 이사장은 올해 101세인 이 명예회장인데, 외아들인 이 회장을 거쳐 이 상무가 차기와 차차기 이사회 의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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