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의 연말 정기인사가 가까워졌다. 임기만료로 연임과 교체 사이에 선 주요 계열사 CEO의 거취는 금융권 전반의 관심사다. 변화에 초점이 맞춰질 때 차기 CEO로 우선 거론되는 인물은 지주 및 은행 주요 경영진들이다. 어떤 인물이 이동하느냐에 따라 계열사의 방향성과 지주·은행 핵심 경영조직의 밑그림도 달라진다. 딜사이트는 금융지주별로 차기 계열사 사장단 후보로 분류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려 한다.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신한금융지주 부사장단과 마찬가지로 신한은행 부행장들은 유력한 차기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후보군이다. 지난해 신한금융 계열사 CEO들이 일괄 유임되면서 부행장들의 변동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신한금융 계열사 14곳 중 12곳의 CEO가 올해 말 임기를 마친다.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더라도 변화의 폭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행장 중 일부는 지주 경영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행장단 전반적으로도 올해와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신한은행 부행장은 총 13명이다. 이중 10명이 올해 임기만료를 맞게 된다. 인사이동과 별개로 부행장단의 축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옥동 회장 체제가 시작되면서 신한금융은 통폐합 등을 통한 전반적인 조직 슬림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22년말과 지난해말 기준으로 부행장수는 각각 18명, 16명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가장 주목받는 부행장들은 최고참 임원인 전필환 영업추진1그룹장, 정근수 GIB그룹장, 정용욱 영업추진4그룹장, 서승현 글로벌사업그룹장 4명이다. 이들은 모두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임원으로 발탁돼 지금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중 전필환 부행장과 서승현 부행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 부행장은 진 회장과 접점이 큰 일본에서, 서 부행장은 글로벌 사업 전략 전반을 이끌며 진 회장 체제에서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전필환 부행장은 1965년생으로 목표 덕인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신한은행 입행 후 서대문지점을 시작으로 검사부, 홍보팀, 직원만족센터, 영업부 등 다양한 부서를 두루 경험했다.
2004년 오사카지점 부지점장으로 발령 나며 본격적인 일본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도쿄지점 조사역(부부장)을 거쳐 SBJ은행의 창립 멤버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진 회장과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당시 진 회장의 지휘 하에 구성됐던 SBJ은행 설립준비단 총괄팀장직을 맡아 법인설립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외국계 은행 법인설립이 매우 까다로운 일본에서 200번 이상 금융청을 방문, 설득해 설립 허가를 받아낸 일은 전 부행장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2011년 본부장으로 승진한 진 회장의 후임 지점장으로 발탁된 것도 이같은 공로가 인정받으면서다.
이때부터 전 부행장은 신한은행의 일본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추적 인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국내로 들어와 인천국제공항 지점장을 지내다 2017년 2년만에 다시 일본 발령이 난 것도 이같은 평가가 작용했다.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국내 복귀가 결정된 진 회장의 공백을 메울 인물로 낙점되면서다.
2017년 SBJ은행 법인장(부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디지털에도 눈을 돌렸다. 2020년 SBJ은행 자회사인 'SBJ DNX'를 설립해 디지털금융 강화를 주도했다. 이후 2021년말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 연임에 성공한 이후 실시한 첫 인사에서 디지털그룹장(부행장)으로 은행 임원단에 들어간 후 현재까지 핵심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사업그룹장인 서승현 부행장은 유신고와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 후 1994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초년병 시절 종합기획부, 인사부 등 본점 주요 부서에서 경력을 쌓다 2002년 홍콩현지법인 조사역으로 파견되면서 글로벌 업무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2006년 지주로 적을 옮겨 사회공헌팀에서 팀장, 부장을 거쳤다. 2014년에는 다시 신한은행으로 넘어와 잠실롯데캐슬 지점장을 역임한 후 2016년 외환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 런던지점장으로 다시 글로벌사업 현장에서 2년간 업무를 이어갔다.
2020년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되면서 서 부행장은 진 회장의 글로벌 사업전략에서 본격적인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글로벌사업그룹장에 선임되면서 신한은행 뿐만 아니라 신한금융 계열사 전반의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글로벌 사업에서 금융지주 중 범접할 수 없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도 서 부행장의 공이 크다는 평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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