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닥 상장사 '더이앤엠(The E&M)'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과거 자금 조달 과정에서 CB를 대거 발행한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 등으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자 대규모 리픽싱이 이뤄졌고 다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이앤엠의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추가 리픽싱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유통가능한 주식 수가 시장에서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주가 하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주가 하락으로 CB를 조기상환하면서 재무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더이앤엠은 올해 11월 기준으로 제13~19회차 CB를 발행했다. 발행권면총액은 총 310억원, 미상환사채 규모는 156억원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더이앤엠이 올해 초 주가 부양을 이유로 주식병합을 실시한 이후 제13~19회차 CB에 대해 15번의 리픽싱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주가 부양에 실패, 주가 하락이 지속되자 리픽싱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인 개인방송 플랫폼(팝콘티비) 등을 운영하는 더이앤엠은 올해 초 액면병합을 단행했다. 1월 23일 1주당 액면가를 100원에서 1000원으로 병합하는 10대1 주식병합을 실시했다. 주식병합은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가 상승 효과가 있는 만큼 주가 부양을 위해 실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200원대 동전주를 거듭하던 더이앤엠 주가는 액면병합으로 한 때 2000원을 넘겼다. 하지만 이내 곧 1000원대로 떨어졌다.
주가 부양 효과가 미진해지자 CB 리픽싱이 줄줄이 시작됐다. 제15회차 CB는 지난 2월 1990원을 시작으로 6번의 리픽싱으로 전환가액은 1379원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전환가능주식 수는 74만2509주나 늘었다.
제17회차 CB는 지난 3월 한 차례 리픽싱으로 전환가액 2030원에서 1781원으로 줄었다. 반면 발행가능주식 수는 38만227주 증가했다. 제13회차 CB의 경우 4차례 리픽싱이 이뤄지면서 전환가액은 1931원에서 1370원으로 줄었고 발행주식수는 21만8422주가 늘었다.
제18회차 CB는 7월 2170원에서 1825원으로 한 차례 리픽싱하며 26만1347주 늘었고 제19회차 CB는 9월 2050원에서 1435원까지 한 차례 전환가를 낮추면서 41만8119주가 증가했다. 나머지 제14회차 CB와 제16회차 CB도 3월에 각각 전환가액을 낮췄다.
잇따른 대규모 리픽싱으로 주가는 타격을 받았다. 잠재적 매도물량이 급증하면서 오버행 리스크가 불거진 영향이다. 올해 초 주식병합으로 2000원을 넘겼던 주가는 현재 1000원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저조한 주가를 반등시키기 위해 주식병합을 실시했으나 부양 효과는 더뎠고 이에 리픽싱이 진행되자 다시 주가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가 약세는 CB 상환 부담으로 이어져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50억원 규모로 발행된 제17회차 CB는 회사의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자 지난달 21일 30억원 규모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앞서 9월11일에 제18회차 CB에 대해 5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청구됐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 비율이 100%에 가까운 더이앤엠 입장에서 이 같은 풋옵션 청구가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미상환사채(제13·제14·제15·제16CB) 규모만 86억원에 달한다. 이들 CB의 경우 전환가액을 액면가(1000원)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발행가능주식 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추가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이 경우 또다시 미상환사채에 대한 조기·만기상환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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