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60개 이상의 제제기술 특허로 41년간 한 우물을 판 기업이 있다. 다름 아닌 대웅제약과 미국 알피쉐러의 합작회사인 알피바이오다. 알피바이오는 국내 '연질캡슐' 시장에서 수년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알피바이오 마도 신공장은 향후 DX 전환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 강화의 핵심기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11월 어느 화창한 오전 방문한 알피바이오 마도공장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회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기념관이 보였다. 기념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다양한 색과 모양을 띈 알록달록한 캡슐 사진이었다. 언뜻 보면 예쁜 보석이나 구슬 같아 보이지만 모두 알피바이오가 개발·생산하고 있는 연질캡슐이었다. 해당 캡슐들은 회사의 주요 기술인 약물 액상화 기술 '뉴네오솔'과 연질 캡슐화 기술 '뉴네오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알피바이이오는 해당 기술력으로 400여개의 다른 제약사들과 협업 중이다. 말 그대로 '대신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타 제약사가 개발한 제품을 주문사 상표 부탁 생산(OEM)은 물론 제조자 개발 생산 (ODM)까지 소화 중이다.
이 가운데 알피바이오는 최근 디지털 전환(DX)을 선언했다.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운영 방식의 전환을 단행하게 됐다. 알피바이오의 DX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데이터'와 '효율화'다.
가장 먼저 해당 키워드를 엿볼 수 있었던 건 창고관리시스템(WMS), 즉 물류창고다. 기계식 주차장을 연상시키는 이 물류창고는 350평의 크기지만 3층까지 위로 높게 뻗은 공간 덕에 3000평에 달하는 보관 효과를 내고 있다. 시스템 구축에는 약 30억원을 들였지만 최대 260억원의 재고관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제조공정 시설을 살펴보면 알피바이오가 자동화 공정 도입 이후 기술은 물론이고 '효율'과 '데이터'에 얼마나 진심인지 엿볼 수 있었다.
알피바이오는 각 공정마다 POP시스템을 설치했다. POP시스템이란 생산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벽에 붙어있는 컴퓨터 모니터를 클릭하고 바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기록하던 것을 몇 번의 터치로 컴퓨터가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실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데이터 아카이빙(archiving, 기록 보관)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연질캡슐 제조의 첫 단계를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은 바료 칭량실이다. 이곳에서는 원료가 얼마나 들어갈지, 원료 배합을 어떻게 해야할지 무게를 재는 곳이다. 품목별로 바코드를 찍어 한치의 오차도 없는 원료 배합이 끝나면 우리가 흔히 보는 연질캡슐 속에 들어갈 액상 원액이 탄생하게 된다. 액상을 감싸고 있는 캡슐 외피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탄생한 액상과 캡슐 외피는 하나의 기계에서 만난다. 두 개의 원통이 맞물리며 겹쳐지는 외피 사이에 꿀벌이 벌침을 쏘듯 '탁' 약물을 투입하면 두 개의 원통이 맞물려 돌아가며 하나의 캡슐을 만들어낸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캡슐은 마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곰돌이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상태였다.
말랑말랑한 캡슐은 건조기 안으로 들어가 1차 건조를 거친다. 한 차례 건조를 마친 캡슐들은 또 다시 트레이에 쌓여 건조실에서 2차 건조를 거친다.
두 차례의 건조 과정을 모두 마치고 딱딱해진 캡슐들은 까다로운 검수 단계로 향한다. 해당 검수는 알피바이오가 올해 도입한 검수설비 '비전선별기'를 통해서 이뤄진다. 비전선별기는 제조된 캡슐을 고성능 카메라로 인식하고 이물질·공기방울·형태변형 등 불량 제품을 골라내는 장치다. 선별을 마친 캡슐은 포장을 마치고 마침내 완제품이 된다.
박종원 알피바이오 마도공장 DI팀 과장은 "작업자들이 육안으로 선별해내던 과정이 비전선별기 도입으로 약 4배 이상 빨라졌다"며 "이 과정은 원래 4명의 작업자가 필요했지만 1명 만으로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불량품의 갯수는 물론 어떤 종류의 불량이 발생했는지 일일이 데이터로 저장된다"며 "선택적인 양품 및 불량 처리 조절도 가능해 생산 효율성도 매우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알피바이오는 최근 주춤하고 있는 수익성에 과감한 DX를 추진했다. 이번 디지털 전환으로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관리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 확대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실제 회사는 최대 10%의 비용 절감을 기대 중이다. 나아가 '제조업' 중심 조직에서 '기술' 중심의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끝으로 박 과장은 "비전선별기·WMS의 도입 등으로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는 물론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해졌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데이터 품질 관리 지침을 선도적으로 따르면서 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