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이 창업주 정호 회장의 장남 정서진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지배구조를 다진 후 정 대표의 형제들은 경영 일선에서 한발짝 물러선 모습이다. 정 대표가 화신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정 회장의 차녀 정혜선씨와 삼녀 정희진씨는 보유 지분을 통한 배당 수익을 누릴 뿐 이렇다할 경영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화신은 1975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1994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고(故) 정재형 명예회장과 정호 회장이 공동 창업한 '화신산업사'를 모태로 두고 있다. 차량 샤시와 바디 주요 부품을 모듈·개별 형태로 생산 및 납품하며 주요 거래처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 계열사 글로벌오토트레이딩·화신정공, 정서진 대표 지배력 '핵심 키'
6일 화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율은 50.41%(1760만4539주)로 나타났다. 이 중 정서진 대표의 지분율은 5.20%다. 정 대표의 형제인 정혜선씨와 정희진씨는 각각 화신 지분 5.19%, 5.40%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만 두고 보면 정희진씨가 앞서지만 화신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는 정 대표다. 정 대표는 화신 최대주주인 자동차 부품 유통 업체 '글로벌오토트레이딩'을 통해 그룹사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다. 정 대표는 친인척 관계인 이정수씨와 글로벌오토트레이딩 최대주주로 올라 있는데 각각 지분 22%를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감안하면 흔들림 없이 경영권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정 대표가 사실상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오토트레이딩 외에도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화신정공은 화신의 지분(5.75%) 쥐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정 대표다. 정 대표는 화신정공 지분 11.92%를 보유 중이다. 정 대표에 이어 글로벌오토트레이딩이 2대 주주(지분율 11.31%)로 자리잡은 게 특징이다.
화신은 2016년 1월 정 대표 단독 체제 전환을 계기로 오너 2세 경영구도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정 회장이 사임하면서 정 대표는 사실상 화신의 경영권을 일임받게 됐다. 정 대표가 2005년 대표이사직에 올라 정 회장과 '부자 경영'을 펼친 지 11년 만이다. 정 대표는 2017년부터 전문 경영인과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 대표가 화신 경영 승계 바통을 넘겨받기 직전에는 정호 회장의 주식 증여로 화신정공 최대주주에 먼저 올랐다. 2015년 말 정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화신정공 주식 378만12주(10.39%)를 정 대표에게 증여했다.
◆ 정혜선·희진 자매, 부품 유통 계열사 최대주주…억대 배당수익 예상
정 대표와 남매 지간인 정혜선씨와 정희진씨는 화신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화신 오너 2세 중 정 대표만이 유일하게 사내이사 임원 타이틀을 달고 경영에 참여 중이다. 두 사람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화신 부품 유통 계열사에도 정 대표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화신정공이 지난 4월 공시한 지분변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내셔널오토트레이딩 최대주주는 정혜선씨(18.5%)와 박현선씨다. 최대주주 지분율을 단순 합산하면 37%가 되는데 박씨는 정씨의 남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삼녀 정희진씨는 월드오토트레이딩의 단독 최대주주(25%)다. 월드오토트레이딩 산하에는 자동차부품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유진정밀이 자회사로 소속돼 있다. 유진정밀 연간 매출 규모는 약 347억원에 이른다.
다만 인터내셔널오토트레이딩과 월드오토트레이딩 경영실적은 2019년부터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당해 인터내셔널오토트레이딩 매출은 11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월드오토트레이딩 매출은 259억원으로 인터내셔널오토트레이딩에 비해 볼륨이 컸다.
오너가 자매들의 경우 경영활동에 나서지 않지만 화신 계열사 보유 지분으로 배당 수익을 취하는 '실리'를 챙기는 분위기다. 2023 회계연도 기준 이들이 보유한 화신 지분에 근거 배당 수익을 계산하면 정혜선씨에게는 2억7189만원이 주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희진씨의 배당수익은 2억8280만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기업들이 과거 배당을 실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인터내셔널오토트레이딩은 2019 회계연도 배당총액을 3억원(주당 1만5000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 같은 해 월드오토트레이딩 연간 배당 규모는 2억원(주당 5000원)에 달했다.
여기에 두 사람은 화신정공 지분도 나란히 1.34%(48만5654주)씩 나눠갖고 있다. 정혜선씨와 정희진씨가 2023 회계연도 화신정공 지분을 보유해 수취한 배당수익은 2428만원으로 계산된다. 화신정공은 201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화신 관계자는 "월드오토트레이딩을 기준으로 보면 2019년 이후부터 외부 감사법 개정에 따라 감사 대상 조건에 해당되지 않아 비감사법인이 된 것"이라며 "월드오토트레이딩을 비롯한 그룹사 비상장업체와 화신그룹 간 내부 거래 규모도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기업의 자산·부채·매출액·종업원수를 토대로 외부감사 대상을 정하고 있다. 외부감사 대상은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120억원 ▲부채총액 70억원 ▲매출액 100억원 ▲종업원 100명 이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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