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고려아연 이사회가 지난달 말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그동안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매년 찬성표를 던지던 국민연금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회사가 지난달 말 결정한 유상증자 공모가 고려아연의 지분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국민연금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지난달 150만원대까지 올라갔던 회사의 주가는 100만원대로 급감했다. 주가 변동폭이 커지자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눈치만 보다 본연의 목적인 투자수익 실현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4일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고려아연의 주가는 전 거래일(100만4000원) 대비 8.07% 오른 108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29일 회사의 주가는 154만3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5거래일 만에 회사의 주가는 무려 29.7% 떨어졌다.
시장에선 고려아연 주가의 급감 원인이 고려아연 측의 유상증자 결정에 있다고 지적한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오는 12월 3일부터 이틀 동안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지난달 30일 결정했다. 발행가액을 전 거래일 달성한 52주 신고가(154만3000원) 대비 56.6% 낮은 67만원으로 설정하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연금 역시 고려아연의 무리한 결정을 고려해 앞으로 열릴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 5년 동안 고려아연의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 안건에 대부분 찬성표를 던져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이번 유상증자에 관여한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 현장검사를 진행하며 부정거래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찬성표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MBK·㈜영풍 연합의 손을 들어주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활동에관한지침 제6조에 따르면 기금은 투자대상 주식 등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함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기업에 투자해도 수익성 외 공공성,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외국 자본에 고려아연을 매각할 것이라는 등 MBK·㈜영풍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이 조성돼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돈을 모아 운용하는 기금이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공개매수 당시 어느 쪽이든 청약하며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직전 고려아연의 주가는 55만원에 불과했다. 이미 공개매수로 대규모 차익 확보가 가능했던 기회가 있었음에도 회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본연의 목적인 투자금 회수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민연금의 상황은 주주총회에서 기권표를 던지더라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며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에 재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국민연금에겐 가장 적절한 행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50만원대에서 100만원대로 떨어진 고려아연의 주가는 MBK·㈜영풍 연합이 법원에 제기한 유상증자 중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MBK·㈜영풍 연합은 공개매수를 마무리하고 장내 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의결권을 확보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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