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오랫동안 IT 업계에 몸 담고 있어도 '챗GPT' 말곤 딱히 다른 AI 서비스를 써 볼 생각도 해보지 못했네요"
10여년 동안 IT 업계에 종사했다는 한 회사원의 자조 섞인 푸념이다. 그의 뒤늦은 각성을 그저 시시콜콜한 '남의 사연'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생성형 AI 기술력 및 투자 규모가 글로벌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실제 AI 이용 트래픽은 글로벌 20위 안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너도 나도 'AI'를 외치면서도, 실제 기능과 그 파급력에 대해선 대부분 무관심한 셈이다. 이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떠오른 AI 생태계와 저변이 휘청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 방문해보니 이러한 사회적 기류를 그대로 감지할 수 있었다. 이날 관람객 대부분은 IT업계 종사자임에도 신기술을 갈망하고 새로운 기능에 환호하는 '디지털 문외한' 그 자체였다. 특히 이번 행사의 터줏대감인 SK텔레콤 전시장은 AI컨택센터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몸소 체험해보기 위한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AI 신사업 주축인 'AI 컨택센터'는 복잡한 문맥의 질의 대응은 물론 정서적 공감까지 가능한 AI 상담 기능을 제공한다. 자체 개발한 자연어처리(NLP) 기술을 적용한 뒤 초창기 AI 콜센터의 미흡점을 개선했다는 평이다. 실제 이날 일부 관람객들은 AICC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복잡한 질의에 대응하고 상담을 자동 요약하는 등의 과정을 지켜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밖에도 SK텔레콤은 AI 인프라 사업에 핵심 축을 담당하는 '에지 AI' 인프라 등 차세대 기술들을 선보였다. 에지 AI는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AI 컴퓨팅이 결합된 인프라다. 우수한 보안 기능은 물론 저지연성도 갖춰 대규모 AI 연산이 비교적 빠르게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에지 AI 인프라' 전시장에 몰린 관람객 대부분은 산업안전 분야에 적용된 '에지 AI CCTV'의 실시간 대응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AI가 CCTV에 찍히는 사람들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 및 대처하는 방식이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도 다양한 AI 기술 및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구글과 딥마인드가 개발한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에 이목이 집중됐다. 제미나이는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비디오 등 다양한 입출력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날 구글 전시장에선 제미나이가 이미지·유튜브 영상 등을 텍스트로 요약·설명하는 과정을 체험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일부 관람객들이 직접 국내 지상파 뉴스 영상 링크를 복사에 제미나이에 붙여 넣자 몇 초 지나지 않아 10줄 이상의 넘는 영상 요약과 좋아요·댓글 분석 등이 도출됐다. 이를 지켜본 관람객들은 회사 관계자에게 '경외롭다'는 식의 눈빛을 보내며 너도 나도 AI 기술력을 극찬하기에 바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람객은 "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접해보기만 한 AI 기술들을 직접 체험해 볼 기회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최신 기술과 서비스까지 총망라돼 있어 동료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 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그렉 브로크만 오픈AI 회장 등 글로벌 IT 주요 인사들이 직접 참가해 AI 산업의 미래를 심도 있게 조망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동안 통신 인프라가 속도, 용량 싸움이었다면 이젠 네트워크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시점"이라며 "향후 에지 AI와 기존 AI 인프라 등을 상호 보완하며 다양한 특화 산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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