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수협은행이 비은행 자회사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수협중앙회의 출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위한 자본적정성이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만큼 유력한 자본확충 방안이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의 지원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수협중앙회의 높은 부채비율로 인한 건전성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사실상 차입부채의 대부분이 수산금융채(수금채)임을 감안하면 높은 부채비율이 수협중앙회의 건전성을 저해할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정부 지원 가능성에 기반한 우수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수금채에 대한 차환은 어렵지 않은 데다, 수협법상 수금채 발행한도도 자기자본의 5배에 달하기 때문에 출자 여력은 충분하다. 수금채가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여타 은행채보다 낮은 금리가 부여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 거론되는 수금채 발행에 대한 이자 부담도 크지 않다.
◆'증자', 수협은행 자본적정성 제고 최선의 카드
수협은행의 자본적정성은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수협은행은 캐피탈과 자산운용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M&A를 준비하고 있는데, 은행과 시너지를 일으키면서도 자본적정성을 훼손하지 않을 인수 대상 찾기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수협은행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2.17%로 국내은행 평균(13.18%)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11.46%에서 6개월 만에 71bp(1bp=0.01%)나 개선되긴 했지만 자본을 활용한 적극적인 M&A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13%선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다.
CET1비율은 금융사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이다. M&A 시 인수 회사의 부실자산까지 떠안게 되면 CET1비율의 모수가 되는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날 수 있다. CET1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을 늘려야 하며,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바로 증자다.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의 100% 자회사기 때문에 수협중앙회를 대상으로 한 주주배정 방식이 증자의 유일한 방안이다.
◆수협중앙회 출자 여력 있나
지난 10월14일 국회 농림충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수협중앙회 여러 현안 중 수협은행의 금융산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금융지주사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가"라고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노 회장은 "필요는 하지만 여러 경제적 사안을 고려해 지금은 보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수협중앙회가 건전성 문제로 수협은행에 대한 출자여력이 없어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이 보류됐다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수협중앙회의 부채가 예수부채와 차입부채로 이뤄져 있고, 차입부채의 대부분이 수금채 발행분임을 감안하면 높은 부채비율이 건전성 우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협중앙회는 상호금융업을 영위하는 조합들을 지원하는 포지션으로, 중앙회 전체로 보면 부채비율로 건전성을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수협중앙회의 출자가 수금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출자 여력은 수금채 발행 한도를 봐야 한다. 수협법상 수금채 발행한도는 자기자본의 5배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수금채 발행 잔액이 2조3700억원으로 자기자본(2조1522억원)보다 약 1200억원 많은 수준이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공적자금 조기상환 관련 신용사업부문의 채권 발행으로 2022년 이후 수금채가 증가했지만, 정부 지원 가능성에 기반한 우수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수금채 차환은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며 "수협법상 수금채 발행한도가 자기자본의 5배로, 자금조달 여력은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협중앙회도 수금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는 데다 수협은행에 대한 출자도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금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도 은행채 보다 낮은 금리가 부여되기 때문에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수금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다만 조달의 필요성과 적정 수준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 수협은행 출자와 관련해서는 수협은행의 연말 결산 실적을 보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며 "은행 수익이 어느 정도로 자본에 충당이 되는지, 그에 따른 자본비율 변동 여부 등을 고려해 신규 출자가 여부나 규모 등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년마다 증자한 수협은행
수협은행은 출범 이후 2019년과 2021년, 2023년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규모는 2019년과 2021년에 각각 1000억원, 2023년 2000억원이었다.
2년 간격으로 증자에 나선 만큼 내년에 한 차례 더 증자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수협은행도 M&A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꾸준히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협중앙회가 출자를 통해 지원사격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협중앙회장이 국감에서 금융지주 전환 작업에 대한 보류 발언을 한 만큼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수협은행의 자본비율 제고 필요성은 M&A와 무관하게라도 필요한 상황이라 출자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금리인하 기조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하락세에 있는 만큼 수협은행도 이익잉여금을 쌓는 방식으로 자본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협중앙회의 출자 여력도 충분하고 과거 2년마다 출자가 이뤄져 왔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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