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이사를 재신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증권업계에서는 리테일·브로커리지 및 해외 사업부문에서 성과를 보이며 증권업계 내 입지를 공고히 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3년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 등 1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치고 김미섭‧허선호 부회장을 필두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인 1.0 시대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지난해 10월 김 대표 선임 이후 12월 허 대표를 추가 선임하며 현재의 각자대표체제를 갖췄다.
이 같은 인사에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박 회장은 전문경영인 1.0 시대로 바꾸면서 "26년 전 창업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고민이 세대교체"라며 "인간적인 번민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향후 10년 이상을 준비하는 전문경영체제를 출발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총그룹사 내 15명의 임원이 승진 발령됐다.
증권부문만 놓고 보면 박 회장의 선택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우수한 리테일 및 브로커리지 기반에 힘입어 각종 지표에서 지난해보다 조금씩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오랜 숙원이었던 해외진출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3444억원으로, 지난해 온기(2379억원) 대비 44% 늘었다. 이 같은 호실적 아래 2022년 0.5%, 2023년 0.3%로 떨어졌던 총자산수익율(ROA)도 0.8%로 올랐다.
IB 부문의 위축과 채권운용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해외주식 예탁자산 증가 등에 힘입어 위탁매매 부문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점이 주효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위탁매매 부문에서 상반기 4132억원의 순영업수익을 올리며 전년동기(3411억원) 대비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자산관리(WM)부문 역시 같은 기간 16% 증가한 1301억원의 순영업수익을 냈다.
특히 지난 2022년 1151억원 손실이 난 자기매매 부문의 순영업수익은 2023년 175억원에 그쳤으나, 올해 상반기 1124억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자기매매는 증권사가 보유한 고유자금으로 유가증권을 매매해 수익을 얻는 것을 뜻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자기자본(PI) 투자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셋증권의 순영업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은 10%에 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2%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뒤 2021년 11.7%, 2022년 9.7%, 2023년 8.2%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였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두자릿수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면서 다시 도약했다.
자본완충력 및 우발채무 관리 측면에서도 양호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말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별도 기준 약 9조5000억원, 연결 기준 약 11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기반으로 한 연결기준 순자본비율은 2651%에 달한다. 반면 우발부채는 지난해 말 1조9799억원에서 크게 줄어든 1조3519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율이 업계평균인 43.3%보다 30%포인트가량 낮은 14.2%에 불과한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해외사업‧기업금융(IB)을 맡은 김 대표와, 리테일·WM부문을 맡은 허 대표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로 자산관리, 연금 및 브로커리지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을 뿐 아니라, 해외법인의 성장세가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에 큰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거둔 성과는 업계 최대의 자기자본 규모, 최상위권의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외법인출자 및 국내외 대체투자 확대 등 사업구조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 각자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미섭 대표는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한 뒤, 2002년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 대표이사, 2014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맡았다. 2022년부터는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사업담당 대표를 맡은 뒤, 지난해 10월 대표로 선임됐다.
허선호 대표는 1999년 미래에셋증권(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2014년 전략기획본부장, 2016년 경영지원부문대표, 2021년 WM사업부 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미래에셋증권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 대표가 교체되면 보통 한두달 전부터 시끄럽게 이야기가 도는데, 미래에셋증권은 내부·외부 모두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업계 관계자들 역시 두 각자대표가 연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미섭 대표와 허선호 대표의 임기는 2025년 3월 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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