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과거 에너랜드, A123systems에서 같이 일했던 엔지니어들과 지금도 함께하는 중이고 당시 이차전지를 개발한 경험도 있습니다. 신중하게 LFP 양극재 개발에 나선 만큼 고객사 확보도 자신 있고 케파를 늘릴 부지도 마련했습니다"(노환진 탑머티리얼 대표)
최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LFP 양극재를 개발 중인 탑머티리얼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다른 양극재 소재 경쟁사들이 LFP 양극재 시장에 뒤늦게 진입했다 보니 선제적으로 개발을 완료하고 공장 건설이 예정돼 있는 탑머티리얼로 시선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설립된 탑머티리얼은 이차전지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회사다. 창업 초기에는 고출력 인산철 전지를 개발해 전동카트, ESS 용 등 틈새시장에 판매했으나 소량 생산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배터리 생산을 중단하고 이차전지 시스템 엔지니어링으로 전환했다.
노 대표가 이차전지 시스템 엔지니어링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결정한 이유는 예전 미국의 A123systems에서 일했던 경험 덕분이다. 그는 삼성SDI의 1세대 개발자로 리튬이론 2차전지 개발과 공장설립 등에 참여했다. 퇴사 후에는 에너랜드를 창업해 모형비행기나 드론 등에 사용되는 고출력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했고,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후 에너랜드는 A123systems와 합병을 했고, 노 대표는 이 회사에서 제조기술 총괄부사장으로 5년 간 일했다.
당시에 대해 노환진 대표는 "당시 A123systems가 인산철 배터리로 ESS와 전기차 시장을 함께 공략하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며 "배터리 엔지니어로서 굉장히 큰 시장에서 일해보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합병을 했고, 우리 에너랜드 직원들과 A123systems의 핵심 기술들을 개발하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상장된 자본을 가지고 미국의 기가 팩토리를 건설할 때 제가 제조기술 총괄부사장으로 셋업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때 한국의 장비업체들을 대거 참여시켰는데 이들 업체들이 현재 탑머티리얼의 파트너로 협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엔지니어들은 전부 에너랜드부터 시작해 동고동락한 동료들"이라며 "당시 경험을 가지고 이차전지 시스템 엔지니어링 사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탑머티리얼은 디지털 트윈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통해 이차전지 시스템 엔지니어링 사업을 영위 중인데, 이는 이 회사가 가진 유일무이한 강점이다. 디지털 트윈 가상현실은 공장 건설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보여주는 동영상이다. 중소기업 특성상 해외 수주가 쉽지 않지만 탑머티리얼은 디지털 트윈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통해 적잖은 일감을 따내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시스템 엔지니어링 수주잔고가 987억원에 달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차전지 시스템 엔지니어링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막대한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탑머티리얼이 건설해준 공장들이 이차전지 생산기지다 보니 필연적으로 배터리 소재가 필요하다. 이차전지 시스템 엔지니어링에 배터리 소재까지 납품하면 고객들의 니즈 충족은 물론, 탑머티리얼의 성장도 기대되다 보니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환진 대표는 "시스템 엔지니어링으로 공장을 지어주면 그 고객들도 배터리 생산을 위한 소재가 필요하다"며 "자사의 1차 공략 대상은 우리의 기술로 공장을 지은 곳이며, 현재 수 많은 업체에서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규모가 커지면 삼성SDI, SK온 등에도 납품을 도전할 계획"이라며 "자사는 성장 중인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LFP 양극재를 개발한 만큼 전기차 캐즘의 영향은 별로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한 "에너랜드 시절 고출력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해 RC 시장을 선점하기도 했고, 창업 초기에는 고출력 인산철 전지를 개발한 경험도 있다"며 "당시에는 수익성 악화로 배터리 생산을 중단했지만 현재는 시스템 엔지니어링으로 돈을 벌고 있는 만큼 양극재 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는 국내 관련업체들과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고 전지설계 기술과 전지제조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며 "양극재의 특성과 양산 공정성을 바로 평가하고 소재의 우월성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이 다른 양극재 회사와 다른 탑머티리얼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탑머티리얼은 현재 평택에 LFP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케파(생산능력)는 연간 3000톤 규모지만 향후 증설을 통해 5만톤까지 확대할 수 있는 부지를 분양 받은 상태다.
노환진 대표는 "배터리 업계에서 20~30년의 경험이 있어 신중하게 LFP 양극재 사업에 진출했다"며 "자사의 개발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을 보면 설계와 파운드리로 나뉘는데 이차전지도 나중에 그런 시장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자사는 이차전지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양극재 소재 사업을 바탕으로 전극 및 전지 파운드리 사업으로 확장해 이차전지 대표 업계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