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최근 채권을 향해 쏟아지는 투자 관심이 뜨겁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지금 산 채권을 향후 팔아 얻는 차익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기조를 바탕으로 금리와 반비례하는 채권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이와 관련해 채권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금리 인하 기조가 2025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과거 사례나 현재 금융 환경을 살펴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채권 금리에 연동되는 기준금리를 다음해에도 낮출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이유에서다.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딜사이트가 '딜사이트미디어그룹 비전선포 및 자본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창립기념 경영전략 포럼'에서 "2025년까지 미국 기준금리는 1.5%포인트, 한국은 0.5~0.75%포인트 추가로 인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 본부장은 '국내외 채권 시장과 정책 전망'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강연에서 금리 전망 기준으로 역사적 관점, 현재 트렌드, 주요 이슈를 꼽았다. 과거 금리 변동 패턴을 살피면서 현재 채권시장 관련 지표의 흐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사건 등을 같이 보겠다는 뜻을 담았다.
그는 역사적 관점으로 봤을 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990년 이후 2022년까지 하락세를 이어왔다고 소개했다. 여기에는 연준이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이 기간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한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 본부장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22년부터 이전과 달리 상승으로 전환됐다. 앞서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에 나선 결과다. 이때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이 들어오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화됐다.
그러자 연준은 2022년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섰다. 채권에 적용되는 시장금리도 덩달아 뛰었고 반대로 채권 가격은 떨어졌다. 그리고 2년여 뒤인 올해 9월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5.5%에서 연 5%로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현재 목표값인 2%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연준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중 후자에 무게를 두면서 노동시장의 악화 가능성에 적극 대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 본부장은 "미국 경제지표도 2025년 둔화될 수 있지만 (둔화의) 깊이는 낮고 시간적 너비도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며 "2019년 연준이 시행했던 빅컷 때와 비교해도 올해가 더욱 완화된 금융환경에 놓인 만큼 (연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더불어 신 본부장은 현재 트렌드 측면에서 채권 금리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기 20년 이상인 초장기 채권으로 개인 및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의 변화폭 역시 커졌다는 설명이다.
신 본부장은 "국내 채권 관련 대표지수인 KIS채권종합지수의 평균 듀레이션(채권 만기)는 10년 전 3.7년에서 현재 5.8년까지 늘었는데 이는 채권 포트폴리오의 금리 민감도가 확대됐다는 뜻"이라며 "금리 인하 국면에서 조달금리 하락 기대에 따라 레버리지를 통한 채권 매수 규모가 커지는 현상이 국내외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샘 규칙(Sahm Rule)'을 근거로 연준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기준금리 인하를 지속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샘 규칙은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값이 지난 1년 중 최저치(실업률 3개월 평균의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정부가 8월에 발표한 고용지표에서 7월 실업률은 4.3%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1년 중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았다. 신 본부장은 "연준이 고용시장 둔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도 크게 축소됐다고 시장에서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 본부장은 주요 이슈 측면에서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대선 결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금리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은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1조8330억달러(약 2522조원) 규모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신 본부장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만 미국에 최상위 신용등급을 부여했는데 이 등급이 언제 강등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정적자 확대는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면서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장기금리 위주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분석을 종합해 신 본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전망 종착지는 중립금리(경제가 물가 상승이나 하락 압력을 받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금리 수준)고 한국도 그 수준까지 금리를 내릴 전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국의 경우 신 본부장은 한국 국채가 글로벌 대표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최근 편입된 점이 향후 채권 가격 상승을 도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번 이슈로 2025년에 76조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점이 국채 발행을 상당부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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