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의 농기계 기업인 TYM(티와이엠)이 최근 안팎으로 시끄럽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가 최근 들어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어서다. 오너일가를 둘러싼 리스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김희용 회장의 세 자녀들이 모두 위법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매출을 '뻥튀기' 했다는 혐의로 금융위원회의 최종 징계도 기다리고 있다. 딜사이트는 티와이엠의 현 상황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농기계 제조업체인 TYM(티와이엠)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한때 이 회사 주가는 장중 1만2000원까지 치솟았으나, 상승세를 이어갈 호재가 소멸되면서 현재 30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티와이엠은 주가를 반등시킬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업황 부진 여파로 실적이 하락세를 탄 데다, 의도적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혐의까지 받으면서 회계 투명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 주가부진 탓 시총 1000억원 증발…주식병합 효과 '일시적'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티와이엠 주가는 전날 309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9일(3105원)보다는 0.5% 하락했고, 전년 동기(5080원)과 비교할 때는 39.2% 빠졌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2500억원에 육박하던 시가총액은 1년 새 1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주식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예컨대 티와이엠은 이달 2일부터 29일까지 18거래일 일평균 거래량이 6만633주로 나타났다. 직전 18거래일(10만1174주) 대비 40% 위축됐으며, 전년 동기(2023년 10월4~30일) 27만9188주 대비로는 78% 줄었다.
티와이엠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주된 요인으로는 호재 상실이 꼽힌다.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 기업인 티와이엠은 팬데믹 기간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직접 정원을 가꾸는 '하비팜'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 고공성장을 기록했다.
실제로 2019년 말 기준 6174억원이던 티와이엠의 연간 매출은 2020년부터 연평균 24%의 성장률을 보였고, 2022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1조1661억원을 달성했다. 주가는 호실적에 비례했는데, 이 기간 시총은 55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티와이엠 실적은 엔데믹 전환으로 역성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농기계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는 곧바로 매출에 반영됐고, 티와이엠의 지난해 매출은 28.3%나 빠진 8365억원에 그쳤다.
티와이엠은 주가 방어를 위해 주식병합을 단행했으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티와이엠은 지난해 5월 적정 유통주식수를 유지하기 위해 5대 1 주식병합을 실시했다. 통상 액면병합은 시중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 자체를 줄이기 때문에 주가부양 효과가 있다. 티와이엠의 시총은 병합 효과로 3000억원대 안팎 수준을 유지하는 듯 했지만, 올 들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너일가의 사법 리스크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재가 됐다. 김희용 티와이엠 회장의 장남인 김태식 전 부사장은 지난해 2월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전에 휘말렸고, 차남 김식 부사장 역시 비슷한 시기 불미스러운 사태에 연루되며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장녀인 김소원 전무의 경우 티와이엠이 허위 매출을 올릴 당시 재무담당임원이었다.
◆ 과대매출 이슈, 현재진행형…한발 늦은 사업 다각화·소극적 주주환원
문제는 티와이엠이 주가 반등의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부분이다. 국내 1위 농기계 회사인 대동의 경우 일찌감치 유럽 시장에 진출했을 뿐 아니라 미래 신사업으로 로봇사업에 뛰어들었다.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덕분에 여전히 연매출 1조원 클럽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티와이엠의 경우 내년 상반기에나 유럽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고, 기존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율주행 농기계 사업으로 확장했다.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티와이엠이 과대매출 계상 혐의로 금융위원회(금융위)의 최종 제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서 티와이엠은 지난해 초 내부고발자에 의해 2022년 실적이 허위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티와이엠의 국내 기계사업부는 2022년 허위 매출로 수익을 인위적으로 높게 기록했다. 당시 환경규제로 TIER4 엔진으로 제작된 농기계는 2022년 6월 말까지 출하를 완료했어야 하는데, 회사 측이 대상 기계를 무리하게 대리점에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티와이엠 측은 '매출 부풀리기' 논란에 대해 정상 매출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금융위 조사를 받게 됐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이달 2일 이 회사에 대해 "통제권이 완전히 이전되지 않은 일부 농기계에 대해 매출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과징금 ▲감사인 지정 3년 ▲담당임원 해임권고 ▲시정요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안건은 금융위의 최종 처벌 수위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회계 투명성 결여에 따라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티와이엠이 소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전개하는 만큼 투자 매력도는 제한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의 최근 3년간 평균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 지급 비율)은 10.4%로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대신 티와이엠은 이익잉여금을 쌓으며 현금 곳간을 채웠다. 예컨대 올 상반기 말 별도기준 티와이엠의 이익잉여금은 2594억원이었으며, 3년간 이익잉여금 증가율은 68.9%에 달했다.
이와 관련, 티와이엠 관계자는 "주가부양을 위해 현금 배당을 꾸준히 실시 중이며, 올해도 중간결산으로 주당 50원을 지급했다"며 "특히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3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올해 역시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다방면으로 주가 부양을 위한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금융위에서 과징금 규모 등 정확한 조치 사항이 나오면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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