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한때 'IT벤처 신화'로 불리며 급성장한 카카오가 휘청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직도 과거의 영광에 도취해있는 걸까. 카카오는 소 잃은 외양간을 앞에 두고 여전히 또렷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왕국의 균열은 지난 8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된 뒤 한층 깊어졌다. 그동안 '문어발 확장'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과욕의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단순 과욕으로만 점철하기엔 왠지 모르게 찜찜하다. 앞서 김 위원장이 2021년 국정감사에서 계열사 감축 기조를 밝힌 뒤 지난해 2월까지 계열사가 12개 줄었지만, 이후 6개월 동안 오히려 18개가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성취감에 도취된 불감증이란 표현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수 많은 계열사들을 휘어잡을 중앙 통제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의 '100인 CEO' 경영 철학에 따라 계열사가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게 되면서 지배구조에 한계가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고도화를 추진해 오던 카카오브레인은 이달 초 IT 솔루션 개발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에 무력하게 흡수합병되며 LLM 사업도 정체 상태에 빠졌다. 그동안 LLM 부문이 이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혀왔다. 과도한 외연 확장이 선택과 집중을 흐트리면서 카카오 주주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결국 카카오가 봉착한 위기는 과욕과 불감증의 공동 결과물로 귀결된다. 이에 따른 여파도 결코 가볍지 않다. LLM 사업을 사실상 무산시킨 뒤 출시한 AI 챗봇 '카나나'는 '기성 서비스들과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혹평을 들으며 출시 당일 주가가 5% 하락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구속되고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도 분식회계 의혹에 빠지면서 경영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말 그대로 환골탈태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고의 책임경영은 사업 실적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중앙 통제력을 지닌 지배구조와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하며 지속 가능한 동력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 카카오가 자랑하는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는 공동 성장에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