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수협은행이 그동안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은 고금리 상황에서 금융사들의 자산건전성 악화도 한 이유였다. 인수 후 은행과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가 첫 번째 고려사항이지만 추가로 인수 대상의 건전성까지 고려해야 했다. 이 때문에 최근의 금리 인하 기조는 수협은행의 M&A 행보에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특히 캐피탈사의 경우 고금리 환경에서 비용 부담이 높아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컸던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수대상 선정이 수월해질 수 있다. 다만 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해 은행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수협은행의 M&A 여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올해 초 금융지주 전환을 위한 M&A 전략을 '속도전'에서 '신중론'으로 바꿨다.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를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곤 있지만 공언했던 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 까닭이다.
특히 수협은행의 첫 금융 자회사 후보로 떠올랐던 웰컴캐피탈이 인수 9부능선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눈높이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무산된 영향이 컸다.
수협은행으로서는 최초 금융지주 전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3년 말'이라는 구체적인 인수 목표 시기까지 밝힌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특정한 기한을 설정해 쫓기듯이 M&A를 진행하기보다 실질적으로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매물을 신중하게 찾아보겠다며 M&A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도 아직 수협은행의 M&A가 첫발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적정 인수대상 선정에 애를 먹고 있어서다. 은행과의 시너지는 물론 열위한 자본적정성을 고려해 인수기업의 건전성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올해 6월말 기준 12.17%로 국내은행 평균(13.18%)에 비해 1%포인트(p) 이상 낮다. 기업 인수 시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인한 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한데 수협은행 입장에서는 자본비율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M&A를 성사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협은행과 최적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조건으로 두고 인수 대상의 건전성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M&A)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며 "인수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자산운용사와 캐피탈사가 업황이 좋지 못했던 데다 고금리와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단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금리인하 기조는 수협은행이 인수대상을 물색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상황에서 치솟은 조달비용이 캐피탈사 등의 건전성 악화를 야기한 만큼 금리가 인하가 지속되면 비용 부담이 완화, 건전성 개선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 기조로 캐피탈 등 금융사들의 부실이 줄어들면 인수대상 선정에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시장 상황을 봐야겠지만 좋은 물건이 있으면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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