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현대커머셜의 사업전략이 올해 들어 안정성을 더해가고 있다. 상용차 중심의 산업금융 의존도를 줄이고 기업금융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균형 성장(balanced Growth)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목표로 잡았던 산업금융·기업금융 비중 '50대 50'은 이제 현대커머셜의 새로운 자산 포트폴리오 스탠다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현대커머셜은 이를 기반으로 산업금융과 기업금융 모두 점진적 성장을 지속하는 투트랙 전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커머셜의 올해 상반기 기준 산업금융과 기업금융 자산은 각각 4조5021억원, 4조54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산업금융 49.7%, 기업금융 50.3%다. 기업금융 자산은 NPL(부실채권)금융,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뿐만 아니라 투자금융도 포함된 기준이다.
현대커머셜의 산업금융·기업금융 비중은 2022년부터 확연한 균형을 잡았다. 2022년말 기준 산업금융 비중은 52.6%(4조2594억원), 기업금융 비중은 47.4%(3조8378억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 산업금융 48.8%(4조1158억원), 기업금융 51.2%(4조3108억원)으로 역시 균등한 비중을 이어갔다. 산업금융 비중이 70%를 웃돌았던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다.
산업금융은 대형트럭, 버스 등 상용차 및 건설기계, 공장기계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할부금융, 리스, 렌탈 상품 등을 총칭한다. 현대차그룹의 전속 금융(캡티브)사인 만큼 201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산업금융은 현대커머셜의 핵심사업 지위를 공고히 유지해왔다.
포트폴리오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8년부터다. 건설경기 침체가 그대로 산업금융 부문의 부진으로 연결되면서 현대커머셜은 위기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통해 기업금융의 비중을 산업금융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에 나섰다. 산업금융이 경기변화 민감도가 높은 만큼 이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를 기업금융 확대를 통해 상쇄시킨다는 목표였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기업금융 비중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2019년 말 기준 현대커머셜의 기업금융 비중은 33.4%(2조2691억원)으로 산업금융 비중이 처음으로 70% 밑으로 떨어졌다. 이어 기업금융 비중은 2020년 36.4%, 2021년 40.4%를 기록한데 이어 2022년 47.4%로 오르며 50대 50 전략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됐다.
기업금융 확대를 일선에서 이끈 인물은 양진우 상무다. 하나캐피탈 출신으로 2007년 현대커머셜에 새둥지를 튼 양 상무는 내부적으로도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혀왔다. 2018년 당시 커머셜기업금융실장을 맡아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을 앞장서 추진했다. 2020년 상무로 승진한 그는 이후 기업금융실장, 대체금융실장을 거쳐 현재 기업금융본부장을 역임 중이다.
현대커머셜은 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은 포트폴리오 비중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기업금융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되 기존 주력이었던 산업금융 역시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을 추진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대커머셜의 산업금융 규모는 비중 축소와 별개로 4조원대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4조1584억원으로 줄었지만 올해 1분기 4조2836억원, 상반기 4조5021억원으로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자산 비중을 줄인다고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며 "캡티브사로서 산업금융의 역할도 중요한 만큼 자산 만기, 경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성장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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