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자사수 공개매수를 마친 고려아연이 우군인 사모펀드(PE) 베인캐피탈을 통해 지분 1.41%를 추가로 확보했다. 지분격차는 MBK파트너스·영풍이 3%포인트 앞서지만 공개매수로 잔여 유통주식 물량이 줄어든 데다, 주가도 고점을 유지하고 있어 양측 모두 장내매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 관측이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계획에 따라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 표심과 우호세력 결집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8일 고려아연의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1.41%(29만1272주)를 신규 확보했다. 최윤범 회장 측 기존 지분 33.99%에 1.41%를 더하면 총 35.4%를 보유한 상태다.
고려아연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로 확보한 204만30주(9.85%)는 이사회 승인을 거쳐 소각할 예정으로 향후 지분율 변동이 예상된다. 11월 8일 자사주 신탁계약이 끝나는 물량 1.4%까지 합치면 최윤범 회장 측 지분율은 종전 35%대에서 약 40%로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종전 38.47%(796만4417주)에서 42.7%로 상승하게 된다. 업계에선 시장에 남은 유통물량은 발행 주식의 5~6%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발표하자 곧바로 주총 소집을 청구한 것이다. 이날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를 상대로 신규 이사 선임의 건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주총을 통해 장형진 영풍 고문 측 사외이사 1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 등 총 14명을 신규로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장형진 고문 측이 신규 이사 선임에 성공하면 고려아연 이사회는 15대 12로 최윤범 회장 측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이에 시장에선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세력 결집을 통해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우호세력으로 꼽히는 ▲현대차그룹(5.05%) ▲한화그룹(7.75%) ▲LG화학(1.89%) 등이 가진 지분을 지키는 한편 지분을 추가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여기에 최윤범 회장은 내달 중순 글로벌 기업 트라피구라의 제레미 위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리처드 홀텀차기 CEO를 만날 예정이다. 고려아연 지분 1.49%를 가진 트라피구라가 최윤범 회장에게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확실한 우군으로 끌어들여 지분매입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8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연금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양측 모두 지분이 과반을 넘기지 않은 만큼 장내매수를 통한 지분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고려아연 주가가 130만원 수준에 거래되는 점은 양측 모두에게 재무적 부담을 안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파트너스에)고려아연을 맡기면 절대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방침"이라며 "국민연금과 사업적 동반자 그리고 주주 및 협력사들의 신뢰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신속하게 경영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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